“째깍째깍” 오늘도 내 손목시계의 양 팔은 쉼없이 움직인다. 전화로 약속시간을 정하고 찾아갔지만 빈자리만이 나를 반기고 있다. 부재중인 취재원을 홀로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을 때, ‘다음 취재원과의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있을까?’하는 초조함에 내겐 초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부재중인 취재원 때문에 연속으로 잡혀있는 취재 약속들을 다시 하나하나 미뤄야하는 번거로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취재1부 기자인 나는 우리대학교의 넓은 교정에서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행사나 사건들을 취재한다. 또한 일주일 동안 교내에서 어떤 일들이 계획돼 있는지 알기 위해 매주 정기적으로 학내 취재처들을 방문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부기자 시절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추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다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 도착한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하지만 허탈하게도 대부분의 행사들은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20분 심지어 30분씩 늦게 시작했고 행사장까지 뛰어오느라 시뻘게진 내 얼굴엔 짜증이 더해졌다.

 부기자 생활을 마치고 정기자가 된 나는 며칠 전 동료 기자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에 열리는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 이제 중운위 취재하러 가야겠다” “벌써 간다고? 어차피 제 시간에 시작도 안 하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오갔던 우리의 대화에서 중운위의 시작 시간은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예정 시간보다 10분, 20분씩 늦게 시작하는 것. 이것이 언제부터 우리의 관행이 돼 버린걸까?

 비록 10분, 20분의 짧은 만남이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나와 교내 행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10분, 20분전부터 출발한 연세인들에게 약속은 어겨도 그만인 허울로 남았다. 서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속삭이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단풍과 함께 연세동산에도 책임감과 믿음이 붉게 타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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