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누구나 피아노를 한 번 정도는 배우지만, 그 길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적다. 하지만 오로지 피아노 연주의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바로 피아니스트 박종훈 동문(기악·88). 세 살 때는 바이올린을, 다섯 살 부터는 피아노를 시작했고 서울예고와 우리대학교 음대 그리고 줄리어드 음대를 거치며 30여년을 피아노라는 한 길을 걸어온 천재. 하지만 「연꽃」,「RainRainRain」과 같이 장르를 뛰어넘는 크로스 오버의 곡도 직접 창작해 열린 음악가라고 평가받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 피아노 앞에 앉은 그의 모습은 자못 베토벤을 연상시킨다./ 신나리 기자 지난 10월, 한 연주회장에서 곧 있을 ‘베토벤 실내악’ 공연을 위해 한참 리허설을 준비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연주할 무대를 관중석 맨 뒤에서 지그시 바라보며 조명과 음향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기자가 온 것도 모른채 음악에 빠져 미소짓고 있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자택에서 아내와 애견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거부할 수 없는 지중해의 유혹’이라는 수식어가 무척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박동문은 지난 10월 20일에 다섯 번째 앨범인 『유혹La Seduzione』을 내고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만나 결혼한 피아니스트 치하루 아이자와와 피아노 듀엣인 ‘듀오 비비드’를 결성했고 그녀와 다른 두 명의 연주가들과 계속 합동 연주회를 갖고 있었다. 그들을 ‘타지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소개하며 자택이 있는 이탈리아에 돌아가는 11월 말까지 한국에서 계속 함께 활동할 계획임을 밝혔다. 전형적인 피아노 클래식 연주보다는 뉴에이지, 재즈분위기의 창작곡이 더 많다는 기자의 얘기에 그는 “학창시절에는 록음악에도 심취했다”며 “장르에 대한 특별한 규정보다는 자유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크로스오버적인 자신의 성격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내년에 베토벤의 소나타를 나름대로 재해석해 작업할 생각도 있다”는 말에서는 고전음악에 대한 애정도 잃지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르를 초월한 다재다능함 그는 다재다능하다. 4개 국어에 능통해 한국어 외에도 이탈리아어, 영어, 일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한다. 또 피아노 외에도 작곡, 프로듀싱까지 겸해 자신의 앨범은 물론 첼리스트 허윤정의 앨범도 프로듀싱해 주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며 감탄하는 기자에게 옆에 있던 매니저는 “리허설 하나만 봐도 무대부터 관객까지 생각하는 철저함을 지녔으며 자기관리가 특히 뛰어나다”는 칭찬을 덧붙였다.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가 리허설을 준비했다. 연주회의 시간이 다가오며 그는 무대 위 피아노에 앉았다. 바로 옆에 앉은 부인과 웃으며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건장한 체구와 은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연주하는 모습에서 마치 베토벤과 같은 카리스마가 풍겨졌다. ▲ 아내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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