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비상시설을 진단하다
우리대학교가 지난 10월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제2회 공공기관 성희롱예방 대상’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는 학교 측의 성희롱 예방실적이 우수하고 성희롱 방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비상벨’과 ‘비상전화’로 대표되는 학내 성희롱 방지 시스템은 지난 2001년 여학생들의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 증가로 총여학생회가 학교 측에 설비를 제안해 설치됐다. 이러한 시설은 비상시 여학생들을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에게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비상벨의 경우 설치된 곳이 일부 건물에 한정돼있고 평소 관리가 부족하다는 점, 비상전화의 경우 그 위치와 사용법 등에 관한 학내 인지도가 낮다는 점에서 각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비상벨과 함께 학내 성폭력 방지 운동의 일환으로 설치된 비상전화는 현재 무악학사 가는 길 2대, 청송대 2대, 윤동주 시비 근처 1대, 삼성관 뒤편 1대, 대운동장 1대, 총 7대가 설치돼 있다. 비상전화의 수화기를 들면 바로 관리부 사무실과 연결되고, 연결된 즉시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관리부 직원이 해당 현장으로 출동하게 된다. 비상전화의 경우, 매일 두 번씩 정기점검을 하고 있어 시설 관리는 잘 이뤄지고 있는 실정다. 그러나 학생들의 주요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외곽지대 중심으로 설치돼 있어 학생들의 인지도가 낮고, 따라서 위험에 처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동선까지 포함해 40여대의 비상전화를 설치한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이에 대해 관리부 윤문식 주임은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곳은 밤에도 사람이 많아 크게 위험하지 않고 수시로 경비를 하고 있어 설치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은양(교육·04)은 “학교에 비상전화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위급할 때 학생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돼 있는 장소와 사용법 등에 대한 홍보가 보다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폭력 상담실 김영희 상담원은 “학교가 여학생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시설확충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필요한 시설에 대해 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 현실을 아쉬워했다.
학교 측에서 여학생 시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시설확충을 위한 예산편성을 늘림과 동시에 꾸준한 관리에 힘쓰며, 학생들 스스로도 여학생 시설에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호노력을 통해 비상벨과 비상전화는 성희롱 예방 대상의 장려상 수상 이상의 값진 의미를 지닐 것이고, 학생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