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한글날이었습니다. ‘한국어’라고하면 단정한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이 살포시 머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 앞에 그려집니다. 한 마디 말을 통해 의사뿐만 아니라 그 말 속에 담겨져 있는 문화까지 느껴지는 말이 바로 한국어입니다. 저에게 있어 한국어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림이자 깊은 문화의 연원을 담고 있는 풍경입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의 국력 확장에 따라 한류가 붐을 이루고 있는 동시에 한국어 열풍도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기업의 많은 입주로 인하여 한국어 인재에 대한 수요가 대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를 양성해내는 것이 제일 시급한 일로 부상됐습니다.

이 와중에 저는 대학교에 입학해 난생 처음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한국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저는 한국어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수한 성적으로 4년의 대학 생활을 마치고 중국 대학의 한국어 강단에 섰습니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고 겨우 4년 동안 배운 것을 갖고 남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어 공부를 좀 더 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결국 고향을 등지고 한국으로의 유학이라는 큰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문과 박사3학기에 이르렀지만 아직 모자란 부분이 상당히 많고 한국에서의 생활도 어려운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짜고 궁리한 끝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의 희열과 감동을 생각하면 오히려 다음의 난관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길을 걸어갈 때 우연히 눈에 띈 광고나 전단지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단어는 저를 무척이나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적’을 정복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바로 이런 열정이 있었기에 저의 이국타향 유학생활도 윤택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늘도 높고 말도 살찌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이 가을의 한글날은 어김없이 우리 뒤로 지나갔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한글날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다정하고 따뜻하며 기대고 싶은 날입니다. 아마도 한국어가 저에게 있어 지니는 의미가 뜻깊고 저 역시 한국어를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 어떤 실습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웃어른께는 ‘밥’대신 ‘진지’라는 존대어를 써야한다고 배웠기에 그 단어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있게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진지 잡수셔라!”라고 말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이없는 얼굴로 저를 쳐다보신 할아버지의 얼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 중에서 기쁘고 슬픈 에피소드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는 저에게 있어 소중한 추억이자 후배나 제자에게 좋은 웃음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저에게 행복한 여정입니다.”라고 외칩니다.

현재 저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열정은 저와 못지않게 높습니다. 저처럼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의 노력이 전세계에 한글을 널리 알려지는 데에 조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특히 저는 더욱더 열심히 공부해서 향후 한중 양국 간의 교유에 있어서 가교는 아니더라도 징검다리는 됐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마음 속 깊이 품고 있습니다.

 

                                                                                                                   소하(국문.박사3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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