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 권오훈 동문(사회·87)를 만나서

   
매주 수요일 KBS 2TV ‘아침마당’의 ‘그 사람이 보고싶다’란 코너를 기억하는가. 피치못할 사연으로 헤어진 부모, 형제, 친지들 간 만남을 마련해 아침부터 사람들의 눈물을 빼곤 했던 ‘그 사람이 보고싶다’. 이 코너를 연출한 PD가 바로 권오훈 동문(사회·87)이다.
권 동문은 지난 1987년, 6월 항쟁 등으로 민주화 운동의 열기가 뜨거울 무렵 우리대학교에 입학했다. 특히 연세춘추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이런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본질을 직접 체험하고 기록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연세춘추를 거치면서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됐다는 권 동문은 “대학이 사회에 많은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대학 언론의 기자로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하고 고민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했을 때, 그리고 학생들이 듣지 못할 때 고민과 좌절이 많았다”며 “그래서인지 내가 국장이던 시절엔 연세춘추가 기존 발행 횟수의 절반도 채 발행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민주화 운동의 열풍이 불어 닥치던 시기, 그를 진짜 ‘언론인’으로 만들었던 것이 바로 연세춘추에서의 고민이었다.
연세춘추에서 언론인으로서 고민의 시기가 지나고 권 동문은 우리나라 공영방송인 KBS에 입사하게 됐다. “밥벌이는 해야겠는데 그럴려면 뭔가 쓸모있는 일을 하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PD를 선택하게 됐다”는 권 동문은 ‘취재파일 4321’, ‘경제전망대’, ‘아침마당’ 등의 프로그램을 거친 후 현재 ‘시사투나잇’을 연출하고 있다. 그는 ‘취재파일 4321’, ‘시사투나잇’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적인 상업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비전향 장기수, 에이즈 환자와 같은 사회 비주류,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내고 있다.
권 동문은 현재 자신이 연출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뿐만 아니라 언론노조에서 우리나라 언론계 약자와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언론노조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처음 1년은 KBS 본부에서, 나머지 1년은 언론노조 정책국장으로 일했다. 권 동문은 “각종 상업적 미디어들의 등장으로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컨텐츠가 차등 배분되는 현실에 위기를 느꼈다”며 언론노조에 뛰어든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거 연세춘추 시절부터 할 말을 기탄없이 하고 누구나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에겐 미디어의 차등 배분이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특히 공영 언론은 누구나에게 차등 없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인이라는 것이 하나의 권력으로 시청자를 차등 대우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하고 이것이 언론인으로서 지닐 책임감”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권 동문은 PD협회보의 발행에도 관여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책임감에 대해 많은 언론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한 언론의 자유를 방해하는 국가보안법 철폐 서명운동 등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활동 역시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방송 KBS에서, 우리나라 언론계 개혁의 선봉장인 언론노조에서 일하고 있는 권 동문은 “저널리스트는 특권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거나 펜으로서 타인을 차별하고 일정 부분만 이야기하는 저널리스트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진정한 ‘언론인’으로서 자신이 하는 말을 누구나,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취재하고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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