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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진정한 '송환'을 위해
  • 민경남 기자
  • 승인 2005.10.10 00:00
  • 호수 1527
  • 댓글 3
남과 북으로 나뉜 우리의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사상의 제한을 강요하고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협박과 회유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꿋꿋이 지킨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로 인해 홀로 남겨져 가족에 대한 그리움, 자신의 믿음과 사상에 대한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바로 비전향장기수(아래 장기수)들의 이야기이다.
장기수. 그들은 누구인가? 장기수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사회안전법으로 인해 7년 이상의 형을 복역하면서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크게 ‘빨치산’으로 활동했거나 남파 공작원, 그리고 통혁당 사건 등 시국 변혁운동에 관련된 사람으로 구분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지난 19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되면서, 그리고 일부는 대통령 사면 등으로 출소했다. 사상 전향을 거부하고 장기 복역을 택했던 이들은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사회안전법이 폐지되면서 제정된 보안관찰법은 장기수들에 대해 신고 의무를 지우고 있다. 보안관찰기간 동안 장기수들은 3개월에 한번씩 관할 경찰서에 신고 해야 하는데, 이 때, 자신의 주요 활동사항 등을 포함해야 한다. ‘신고 의무’를 게을리 하거나, 혹은 ‘관찰’하는 형사들의 보고와 다를 시엔 징역형을 받게 된다. 이런 제재는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려는 장기수들의 노력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기수들은 관찰기간 동안 요양원 등에서 생활 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요양원 직원들과 형사들의 철저한 감시가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한 장기수의 글 중 ‘작은 감옥에서 나와 큰 감옥으로 옮겨간 듯한 외로움’이라는 표현은 장기수들이 요양 시설에서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느끼며 생활하는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요양원에서 나와 사회에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장기수를 선뜻 고용하려는 곳은 많지 않다. 완전히 다른 제도와 체제 하에서 장기수들은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가진다. “주위의 모든 것이 낯설었고, 어려웠으며 힘겨웠다. 우리들은 열심히 노력했으나 우리를 둘러싼 벽은 높은 것 같았다.” 한 장기수가 그의 회고록에서 쓴 이 글은, 그들이 사회 적응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잘 보여 준다. 지난 1961년 남파 공작원으로 체포돼 1988년까지 복역했던 장기수 김영식씨(71)는 “출소 후 겪은 많은 고생 때문에 더 빨리 지치고 늙은 것 같다”며 장기수로서 생활하는 고초를 밝혔다.
▲ 그가 겪었던 고난의 세월을 이야기하는 듯한 주름살은 깊게 패여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는 손은 더욱 빛이 난다.
최근 장기수 고 정순택 씨의 시신이 북으로 인계되면서, 장기수들의 2차 송환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씨는 “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장기수들을 송환하는 것은 인권 존중 사상에 근거한 올바른 일”이라며 “남북간의 화해와 인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라도 송환은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0월 4일자 사설에서 이번 고 정순택씨의 송환과 관련해 대북 의식의 성숙과 남북관계의 분위기 조성이 됐다며 좋은 평가를 내리는 등 대다수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이번 송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0년 1차 송환처럼 고문 등을 이기지 못해 마지못해 전향에 합의했다가 송환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에 관한 논란은 뜨겁게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고 정순택 씨가 전향서 작성 문제로 1차 송환에서 제외된 장기수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송환은 점차 전향과 비전향으로 장기수를 구분하여 다뤘던 지금까지의 생각에서 더 넓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송환 문제가 진전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계기로 볼 수 있다.
남북 관계 그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더 논쟁이 뜨거웠던 비전향 장기수, 그리고 그들의 송환 문제. 이번 정순택 씨의 시신 송환이 이러한 갈등과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수는 없을까. 둘로 나뉘어진 같은 민족. 송환이 되고 이산 가족이 자유로이 상봉을 하고, 또 혈연의 정과 같은 민족의 정을 아무 감시와 방해 없이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송환의 의미가 아닐런지.

민경남 기자  cynic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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