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의식, 공동체의 특성을 살려 공동체의 목소리를 내는 미디어의 등장!

▲ 클럽음악에서부터 중동음악까지 다루지 않는 장르가 없는 ‘마음가는대로’코너의 DJ하성채씨. “아아, 안녕하십니까. 마을 이장이 알려드립니다. 오늘 우리 마을에서...”그 옛날, 확성기를 통해 마을 소식을 알려주던 이장의 투박한 목소리가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지난 8월 성서 FM이 처음으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이후 9월 분당, 마포, 나주 등의 지역에서도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들이 잇따라 개국해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지역 2군데를 비롯해 총 8군데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이 들어서 있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영국, 미국, 남아공 등 외국에는 이미 충분히 알려진 매체로써 거대 공중파 방송이 지역색, 공동체의 특색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에 반발해 스스로 지역 공동체를 대변하겠다는 목적 하에 만들어졌다. 대구 성서지역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특성상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이주노동자들의 모국 소식을 주로 다루고 있다. 또한 나주, 영주 등 농촌지역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농촌의 특성을 대변하는 방송으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 지역주민들에게 기증받은 수많은 CD들.
우리 동네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마포 FM!

지난 5일 찾아간 마포 공동체 라디오 방송(아래 마포 FM)은 매일 밤 11시에 방송하는 ‘마음가는대로’라는 음악프로그램의 녹음작업이 한창이었다. 마포 FM의 김창주 기획제작팀장은 “마포 지역의 특성과 마포 지역민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시민단체, 인근대학교, 사회운동단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방송국을 유치하게 됐다”며 마포 FM의 개국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구촌 세상에 지역색이 어딨냐’고 콧방귀 뀌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마포 지역은 그동안 마포 유일의 자연숲인 성미산에 배수지가 건립되는 것에 반대해 지역 주민들 전체가 성미산 지키기 운동으로 단합한 바 있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이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자 지역 주민들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실감했으며 홍대라는 문화적 중심지가 자리 잡고 있어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컨텐츠와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쉽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마포 FM은 마포구의 다양한 소식을 알려주는 ‘톡톡! 마포’와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마음가는대로’, 아줌마들의 이야기인 ‘랄랄라 아줌마’, 레즈비언 방송인 ‘L-양장젼 등 총 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프로그램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레즈비언이 처음 미디어로 진출한  ‘L-양장젼이다. 여성으로, 동성애자로 우리 사회에서 이중으로 소외당하는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레즈비언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홍대라는 특성을 살리는 음악전문코너 ‘마음가는대로’ 역시 홍대의 전문 DJ들이 매일 돌아가며 클럽음악부터 중동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마음가는대로’의 DJ인 하성채씨는 “전문 DJ들이 자신이 좋아하고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직접 선곡한다”며 “자원봉사로 좋은 취지의 방송에 함께 하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마포 FM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하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포 FM은 약 1백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근 직원은 4명에 불과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제작부터 진행까지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면서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 역시 지역 공동체 방송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1W, 참을 수 없는 출력의 가벼움

그렇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것 만은 아니다. 현재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1W 라는 출력의 제한으로 지역 공동체에 방송을 송신하는 것도 역부족한 실정이다. 김 팀장은 “반경 5km까지 방송이 가능하도록 방송위원회(아래 방송위)로부터는 허가를 받았지만 정보통신부(아래 정통부)로부터 1W의 소출력 주파수를 배정 받았다”며 “현재 방송이 반경 1km 내에서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팀장의 말처럼 현재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들은 모두 1W의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주파수를 받아서 지역 공동체 방송이라는 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도입한 방송위 역시 이와 같은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 방송위 기술정책부 강인용 직원은 “출력을 높이는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지만 그 권한은 정통부에 있다”며 “현재 시범사업 평가를 연말까지 완료해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방송위는 내년 상반기에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출력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정통부 방송위성과 김영택 직원은 “현행 전파법상 공동체 라디오와 같은 소출력은 1W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며 “그 이상의 출력을 사용한다면 기존 방송사들괴의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직원은 “현재의 주파수 상황은 고출력으로 허가하기엔 매우 열악하다”며 “현재 시범방송 중인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은 방송위의 평가를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공동체 미디어,
공동체의 목소리를 내라!

현재까지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갓 걸음마를 뗀 아기 수준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벌써 자리 잡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볼 때 이것은 매우 늦은 것이다. 아기가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하고 건강하게 자라나기 위해선 주위의 관심과 사랑, 주변 환경이 필수적이다. 공동체 라디오 역시 지역민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안정적인 방송을 위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앞으로 공동체의 새로운 대변인으로, 공동체의 특성을 대변하는 미디어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발전과 더 많은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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