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 서늘함이 들어왔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에도 어느덧 새로운 정취가 깃들기 시작했다. 유행에 뒤쳐지기 싫은 그대들, 올 가을 패션 경향을 알아보고 멋지게 코디해보자.

 

  ▲잿빛 향기가 풍기는 날에는 침착하고 세련되게 - 블랙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코끝을 스쳐오는 매캐한 공기. 가을의 쓸쓸함이 맘속으로 전해지는 오늘은 옷장을 여니 ‘블랙’ 의상에 눈이 간다. 올 가을의 최고 트렌드 칼라는 단연 ‘블랙’이다. 어둡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블랙은 화려한 파스텔 톤이 대부분이었던 봄, 여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낸다. 패션 잡지 「보그걸」의 패션 에디터 백지원씨는 “이번 시즌에는 기존의 모던함에 드라마틱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라고 전했다. 특히 블랙을 벨벳 옷감에 응용한 것이 자주 눈에 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이지현 교수(생과대·생활디자인)는 “벨벳은 따뜻함을 주고, 옷감 자체에 광택성이 없어 블랙을 표현하기에 알맞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블랙’은 학생들에게 더욱 활용도가 높다. 가지고 있는 청바지 위에 블랙 니트를 맞춰 입는 것만으로도 올 가을의 기분을 충분히 낼 수 있다.

▲ 연세춘추 ▲광할한 대지의 보헤미안답게 - 털, 자수, 웨스턴부츠 시선을 아래에 두고 길거리를 거닐면 시야에 계속 들어오는 것이 있다. ‘부츠’가 바로 그것. 다양한 스타일의 부츠가 눈에 띄지만 가죽 소재에 독특한 문양이 들어간 웨스턴 부츠가 압도적이다. 웨스턴 부츠는 서부의 카우보이 같은 진취성과 자유로움을 풍긴다. 웨스턴 부츠와 어울리는 트렌드로는 ‘러시안 무드’가 있다. 신촌 현대 백화점 ‘써스데이 아일랜드’의 매니저 남현경씨는 “요즘 손님들이 러시아의 민속적인 자수 무늬가 들어간 옷과 토끼털과 가죽 소재가 쓰인 옷을 즐겨 찾아 러시안 풍 유행이 실감난다”고 덧붙였다. 오래된 영화 『 닥터 지바고』의 라라가 털모자를 쓰고 눈발을 헤치고 나갔던 화면속 생동감을 러시안 풍의 아이템을 통해 직접 볼 수 있다. ▲ 연세춘추

 

 

 

 

 

 

 

 

 

 

 

 

 

 

 

 

 

 

 

 

 

  ▲자연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을 느끼고 싶을 때 - 캐시미어 니트
언제나 가을이 찾아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싸늘해진 몸을 녹이려고 들른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그 사람. 부드러운 미소와 어울렸던 그의 포근한 ‘니트’가 머릿속을 맴돈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서랍 속에서 니트를 꺼내기 시작한다. 천연 소재를 이용한 니트에 대한 선호가 올 가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보온 효과가 있으면서도 착용감이 가벼운 캐시미어 소재가 여러 옷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니트는 해마다 똑같은 디자인만 반복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니트에도 ‘유행’이 있다! 이화여대 앞에서 보세 옷가게를 운영하는 ‘롤리팝’의 장윤정 사장은 “요즘 학생들은 특히 힙선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길이의 니트를 많이 찾는다”고 얘기했다.   

   
▲ 연세춘추

 

 

 

 

 

 

 

 

 

 

 

 

 

 

 

 

 

 

 

 

  ▲특별한 날에는 우아한 숙녀처럼 - 빅토리안풍
기다려왔던 소개팅을 하는 날이다. 여성미를 물씬 풍기고 싶은 생각에 얼마 전 친구들에게 ‘중세 시대 소녀같다’는 칭찬을 들은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를 거울 속에 비춰본다. 올 가을에는 영국에서 전해져 온 빅토리안 룩 또한 주요 트렌드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화려함을 살려 레이스나 프릴로 강조를 준 블라우스가 대표적이다”고 백 에디터는 말했다. 또한 빅토리안 룩이 가진 낭만적인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을 의류 매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신촌 현대백화점 ‘ab.f.z’ 매장 시니어 김경희씨는 “심플한 스커트에도 리본 장식을 붙여 로맨틱함을 부각시키는 제품이 나오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특별한 날, 정장차림을 갖춰야 할 경우 빅토리안 룩을 살려 입는다면 올 가을 트렌드도 맞추고 기품도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선택이 될 것이다.     

  ▲잊지 마세요... - 액세서리(머플러, 비즈)
진짜 멋쟁이는 무언가가 다르다. 각기 다르지만 남다른 멋이 풍겨져 나오는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소품을 훌륭하게 이용한다’는 것.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의상에는 포인트가 필요한 법이다. 가볍게 두른 머플러, 슬쩍 걸친 비즈 장식은 밋밋한 의상에 활력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액세서리를 이용해 숨겨진 멋을 살리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제시한 올 가을 유행할 대표적인 경향과 패션 팁,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았다고 해도 완벽하게 일상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이 이러한 트렌드를 모두 따라잡으려면 비용부터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생 때는 직장인과는 달리 자유롭게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백 에디터는 귀띔했다. 학생인 우리에게는 최신 트렌드를 알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에 민감한 당신, 지금 당장 거리로 나가 그대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서둘러 찾아보자. 자신감있는 멋쟁이로 거듭나 캠퍼스를 누비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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