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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 행복의 조건행복을 발견하지 못함은 스스로에게는 불행이며 슬픔이다
  • 김유나 기자
  • 승인 2005.10.10 00:00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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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어린 왕자는 다시 그리로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올바른 의식이 필요하거든."

▲작고 귀여운 꼬마아이였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동화책에서 커다란 망토를 걸치고 노란색 곱슬 머리를 한 어린왕자를 만나봤으리라. 지금은 비록 그때 보았던 보아구렁이가 무엇이었고 어린왕자의 장미가 어떻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누구나 멋진 어린왕자님만은,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어린 마음에도 느꼈을 그때의 감흥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몇일 전 한가한 시간을 틈타 서점에 들러 이곳저곳 둘러보며 간만의 책 구경에 신나하고 있었을 때 추억 속의 이 책이 아직도 베스트셀러로 남아 있음에 흐뭇함까지 느껴졌다. 어릴 때 어린왕자의 순수함에 매료됐던 나는 훌쩍 나이가 든 이후 이 책을 다시 접했을 때 그에게서 행복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자주 나를 꾸중하신다. “넌 왜 이렇게 불만이 많니, 불만, 불평 투성이구나.” 살아 숨쉬는 데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고맙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지금의 나는 내 옆에 친구들이 있음에, 부모님이 계심에,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해하는 대신, ‘우리 부모님은 왜 이렇게 잔소리가 많아, 친구들은 왜 내가 하자는 대로 하질 않는 거지, 학교에서는 왜 이렇게 리포트를 많이 내주는 거야’라는 뒤섞인 짜증 속에 안주해버리고 있었다.

▲얼마만이냐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외식을 하는 것, 또는 몇일 동안 못 만났던 남자친구를 만나는 날에만 행복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멍하니 앉아 있는 순간에도 나의 뇌 속에서 수많은 생각 조각조각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음에 행복해야 한다. 행복을 늘 멀리 있다고만, 특별한 일에만 있는다고만 생각하는 것 자체에서 당신은 이미 불행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개개인에게 행복은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각 개인마다 느끼는 감정의 폭과 양, 벅차오름이 다를 수 있음은 오히려 자연스럽기에 행복이라는 개념조차 국어사전에 정의돼 있다는 것에 나는 거부감이 들 지경이다. 정말로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고 미소의 뿌리가 어디에선가 기분 좋게 꼼지락거리는 느낌. 행복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정의를 말하려 했지만 필자의 부족한 언어표현력을 탓하며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음에 독자 여러분들께 미안함을 전한다.

▲지금, 당신에게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가? 혹,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반드시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말라. 요즘처럼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창밖을 내다보면서 빗방울이 톡 떨어질 때의 짜릿함에 행복을 느껴보는 건 또 얼마나 신날까?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스스로에게는 불행이며 슬픔이다. 어린 왕자는 여우가 온다는 소식에 이미 오래전부터 행복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유나 기자  coz000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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