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발굴조사 허가 요건 미달로 연구기능 상실 우려

원주박물관이 흔들리고 있다.
2년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집회 및 발굴 조사 허가를 오는 12월에 두고 있는 원주박물관이 허가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존폐 위기에 몰린 것이다. 지금까지 원주박물관은 타기관 연구원의 이름을 서류상에만 올리는 등 관행적인 편법 운영으로 허가를 받아 집회 및 발굴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관련 법령이 보다 엄격하게 개정돼 재허가가 힘들어졌다. 현재 개정된 요건은 ▲시설기준 수장고 1백평방미터 이상 ▲연구실 및 정리실은 각각 30평방미터 이상 ▲인력기준은 책임연구원 1명, 조사원 2명 이상이다. 하지만 현재 원주박물관은 독립된 건물이 없이 수장고와 정리실은 매지2학사 지하 공간을, 연구실은 도서관 지하 공간을 이용하고 있으며 인력 또한 학예실장와 학예사 2명으로 정규직 조사원 한 명이 부족한 상태다.
원주박물관은 남한강과 영서 남부지역을 조사·보존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01년 설립돼 원주 일대를 조사해 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통일신라시대 밭 유구를 강원도 최초로 발굴해 각종 언론에 보도되는 등 많은 연구 성과들을 거두며 학교 홍보의 기능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허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발굴 및 연구를 지속할 수 없어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의 박물관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원주박물관 박성희 학예사는 “현재 재정부족으로 인해 외부 용역을 통한 공조 방식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자체 조사는 없다”며 “박물관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발굴과 연구 기능이 없어진다는 것은 대학박물관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신촌캠 중앙박물관이 학교 측으로부터 충분히 재정을 지원받아 자체조사를 해나가고 있는 현실과 크게 비교된다.
한편, 이에 따라 대학원생들이 현장 실습의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박물관 설립요건 중 3급 정학예사 자격증 소지자 배치가 필수화  되면서, 큐레이터의 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이를 지원하는 학생들도 학과를 불문하고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3급 정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문화재청이 인정한 경력인증기관에서의 2년 이상 실습경력이 필요하다. 원주박물관 측은 학생들의 실습 기회를 고려해 경력인증기관 신청을 한 상태이며 10월경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오는 12월에 있을 집회 및 발굴 조사 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현장조사는 물론 실습 역시 중단되게 된다. 이에 대해 원주박물관 프로젝트 연구원 심준용군(고고학·석사3학기)은 “학생들이 실습의 기회를 잃는데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로 아쉬움을 표했다.
원주박물관장 지배선 교수(문리대·동양사)는 “현재 관계부처와 허가요건 충족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박물관의 순기능은 충분히 학교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므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획처장 김창수 교수(정경대·재무관리)는 “구두적인 논의만 오갔을뿐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다”고 밝히면서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한정된 재정으로 학내 특정 부문에만 지원을 해 줄 수만은 없다”며 재정분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이 제시한 기준요건은 최소한의 요건으로, 원주박물관은 이를 겨우 충족시키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실제로도 문화재청은 관련법령의 계속적인 개정을 통해 점차적으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이므로 지금과 같은 하석상대식의 대응은 이후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박물관에서 이끌고 있는 발굴 연구는 사학과와 같은 특정 학과만이 아닌 모든 학과가 자기 분야에 맞게 참여할 수 있어 기초학문 연구의 산실 역할을 한다. 박물관의 순기능을 잘 살펴,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마스터플랜을 설계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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