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별별이야기』

공통점을 찾아본다. 팔과 다리가 없는 여자아이, ‘왕따’를 당하는 염소, 아이를 키우는 직장 여성, ‘불행한’ 외모를 지닌 여자, 외국인 노동자, 고릴라로 둔갑한 고3 수험생…. 서로 다른 인물들이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하나로 연관시킬 수 있는 단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그건 바로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란 단어다.

지난 2003년 겨울에 조금은 ‘재미없을지도 모르는’ 영화 한편이 개봉된 적이 있었다.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제작된 영화 『여섯 개의 시선』이다. 당시 영화는 ‘인권’과 ‘차별’이라는 낯선 주제를 우리에게 친숙하게 풀어내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별별이야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섯 개의 시선』이후 선보이는 새로운 작품이다. 영화는 보기편한 여섯 개의 애니메이션 단편으로 ‘인권’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는 그야말로 ‘남들과 다르기에 행복할 수 없었던’ 별별(別別) 인물들이 등장하며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 머리의 뿔을 자르고 양가죽을 입고서라도 염소는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네이버 자료사진

 첫 에피소드인 「낮잠」은 팔과 다리가 없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단편에서 아이는 길, 버스는 물론 유치원에서도 버림받는 차별을 당한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어머니의 수필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단편은 장애 아동과 그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진 아픔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동물농장」은 양떼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염소의 이야기다. 염소는 양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만 머리의 뿔과 털 때문에 ‘왕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뿔을 자르고, 코피를 흘리며 밤을 세는 염소의 모습은 너무나 애처로워 보인다. 물론 영화는 다양한 동물들이 농장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염소도 함께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우리의 모습도 과연 그러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네 번째 에피소드인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는 여섯 작품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작은 키와 굵은 뼈, 큰 머리와 곱슬머리 그리고 짧고 굵은 ‘아톰다리’를 가진 여자주인공. 그것은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오는 유전자 때문이지만, 현대 사회는 그것을 ‘죄’로 여긴다.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뒤로 늘씬한 미녀들이 상품처럼 계속 생산되고, 그렇지 못한 여자들은 줄줄이 강으로 뛰어들어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장면은 특히 포인트. 현대의 외모지상주의를 날카롭게 꼬집는, 웃기지만 ‘웃을 수만 없는’ 단편이다.

이외에도 가정에서 약자에 위치하는 여성의 문제를 그린 「그 여자네 집」, 착취받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애를 다룬 「자전거 여행」, 대학을 가야만 ‘사람이 되는’ 세상을 풍자한 「사람이 되어라」 등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등 여러 볼거리가 제공된다. 「동물농장」에서는 진흙으로 만든 클레이 애니메이션, 「육다골대녀」는 종이를 오려붙인 콜라주같은 애니메이션이, 「사람이 되어라」에서는 박재동 화백 특유의 개성 넘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대사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상상력 풍부한 애니메이션 특유의 장점을 살리며 ‘차별’이라는 단어를 전보다 더욱 쉽게 이해시켜 주는 것도 큰 특징이다.

사실 『별별이야기』에서 요즘 인기있는 영화들처럼 극적이거나 흥미로운 반전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영화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10분이라는 시간동안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그 담담한 시선들은 분명 우리들이 가진 생각과 모습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시선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If you wer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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