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특징 중 하나는 바람이 잘 분다는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바람이 잘 부는 것처럼 신촌은 새로운 것이 불어 들어와 묵은 것을 내보내고 개혁을 추구하는 공간이죠.”

신촌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지닌 이 사람. 그는 10여년 전 신촌에 독자적인 ‘영토’를 마련한 지승룡 동문(신학·76)이다. 지난 1994년 10평 남짓한 공간에 6개의 탁자를 놓고 신촌에서 가장 작은 카페를 연 지동문의 신촌과 우리대학교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어머니 민들레영토(아래 민토)는 신촌의 개혁정신을 지닌 소비자들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술을 팔지 않는 카페에서 모르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던 연세인들. 민토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카페는 이처럼 개방적인 소비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세인들이 곧 민토의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지동문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연세인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회상한다. “한 학생이 제게 꽃다발을 내밀며 오는 길에 너무 예뻐서 자기가 좋아하는 민토에 장식하려고 샀다고 했습니다. 꽃을 사는데 전 재산 만원을 다 써버려 오늘은 찻값이 없으니 공짜로 차 한 잔만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학생의 고마운 마음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꽃을 건넸던 연세인 외에도 지동문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연세인들은 무수히 많다.

6개의 탁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던 연세인들은 지난 2000년 민토가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막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우리대학교에서 이화여대로 가는 길목이 ‘걷고 싶은 거리’로 선정돼 민토를 철거하려고 하자 우리대학교 총학생회·총여학생회·단과대 학생회·동아리연합회 등은 서대문구청에 철거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결국 연세인들이 민토를 위기에서 구출해 낸 거죠. 민토에게 연세인들은 생명의 은인과 같은 존재입니다.” 지동문은 연세인이 베풀어 준 따뜻한 관심을 여전히 가슴깊이 새기고 있었다.

“공간의 제약 없이 2백40km의 먼 거리까지 날아가 그곳에서 강하게 살아가는 민들레 꽃씨처럼 우리도 삶을 강하게 살아나가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민들레영토’라고 지었습니다. 민토가 앞으로도 연세인들에게 창조적 문화의 공간이자 인격적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지동문의 말처럼 민토가 건조해져가는 신촌에 촉촉함을 제공하며 연세인에게 언제나 따스한 어머니의 품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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