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가 누구야? 넌 아니?”
지난 21일 연고제 중앙행사가 한창 열리던 노천극장. 스탠드를 가득 메운 채 무대를 바라보는 원주캠과 고려대 서창캠 학생들 사이에선 한동안 수군거림이 계속됐다. 무대 바닥에 시커멓게 탄 자국의 ‘은미야’라는 글씨와 함께 무대 앞쪽 공터엔 하트 모양이 크게 새겨져 있었던 것. 부러움의 목소리도 잠시, 학생들의 이목은 대체 누가 이런 자국을 남겼으며 왜 보수공사도 없이 방치된 채 이대로 연고제를 진행하는가로 모아졌다. 
사건의 대강은 이러하다. 지난 15일 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적해진 캠퍼스의 노천극장에서 한 학생이 사랑고백 퍼포먼스를 열었던 것이다. 사랑고백을 하려던 학생은 초를 바닥에 세워 글씨를 만들었으나 촛불을 끄지 않은 부주의로 인해 우레탄 재질의 바닥은 초를 세워뒀던 자리를 따라 탔고 결국  무대 앞의 공터에는 검은 그을림이 남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총무부 김근우 과장은 “방학 중 추진해온 학내 환경개선사업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한 기물파손이 계속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연고제를 앞두고 보수가 행해지지 않은 부분에 관해 김 과장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연고제를 불과 이틀여 앞둔 상황에서 보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조사는 현재 경찰 및 소방 감식반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며 학교 홈페이지 게시글 공고 등을 통해 범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학교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하는 규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고 밝히며 “빠른 시일 내에 학교 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화 또는 방화 혐의로 기소될 우려가 있으니 관련자는 즉시 연락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이 빚어낸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지, 학교 시설물 보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사건이 될 것인지는 학교 시설 이용에 대한 학생 전체의 의식에 달려있다. 학내 구성원 전체가 사용하는 공공 시설물이라는 학생들의 주인의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