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의 음성통화 역전이유는?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흔히 “사람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 시절 대중교통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무언(無言)의 소통’을 가능케 하던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2005년의 풍경은 어떠한가? 이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집중하기보다 주머니 속에서 시나브로 전해지는 핸드폰의 진동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늘날 문자메시지는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 ‘부가서비스’의 차원에서 벗어나 음성통화의 위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자메시지의 발신량이 음성통화를 추월했다는 KTF의 발표는 이러한 주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이러한 문자메시지의 확산에는 음성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크게 기여했다. “기본 문자메시지가 많고, 추가로 이용해도 30원밖에 되지 않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김하은양(사회계열·05)의 말은 이러한 장점을 잘 나타낸다. 하지만 단순한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이유도 문자메시지의 확산에 크게 작용했다.

문자메시지의 확산은 우리사회의 문화적 특성 속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보중심의 유럽이나 미국의 온라인 문화와는 달리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의 온라인 문화는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구성원간의 유대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세대의 개인화가 가속화 되면서 커뮤니티와 같은 사회적 매체가 미니홈피와 블로그, 메신저 등의 개인화된 매체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화된 매체 역시 타인과의 소통에 기반을 두기에 단독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사회학과 고동현 강사는 “오늘의 매체들은 집단 속에서 개인을 발견하는 사회적인 네트워크와는 달리 개인이 소통이 주체가 되는 ‘개인화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며 “휴대전화, 특히 문자메시지는 개인화된 매체의 대표적인 예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휴대전화와 같은 개인화된 매체의 등장은 그에 걸맞은 소통구조를 탄생시켰다. 고 강사는 문자메시지를 “휴대전화라는 매체를 통한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문자문화와 구술문화가 이원화됐던 과거의 소통구조에 비해 문자메시지는 즉흥적인 구술문화와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는 문자문화가 혼재된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열었다. 간편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감성과 문자메시지가 서로 호응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자메시지는 과연 언제 많이 쓰일까? 김주환 교수(사회대·휴먼컴,모바일컴)가 지난 2004년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애정(3.31/4.0), 통제(3.16), 즐거움(3.00), 유대(2.79), 휴식(2.55), 도피(2.33) 순으로 나타났다. “친해지고 싶은 동성, 혹은 이성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자주 교환한다”는 고려대학교 박진홍군(법학·05)의 말처럼 대학생들은 애정이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발전시키고 싶을 때 문자메시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에게 수많은 소통수단을 제공했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적응과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는 오히려 세대간 소통의 빈곤을 불러왔다. 문자메시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근 4~50대의 문자메시지 이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대기업 임원의 18.9%가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는 문자메시지가 세대 차이를, 또한 사회적 계층과 문화적 배경을 넘어선 소통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2005년의 어느 날, 모두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평등하고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엄지족들의 세상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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