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실명공개화로 비춰본 학내 게시판 문화

“자신의 글에 책임지는 분위기와 건전한 의견 공유의 장이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익명게시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정보화추진위원회 김현정 팀장의 바람이다.

지난 8월 24일 새벽 0시를 기점으로 우리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실명 공개 게시판이 됐다. 지난 5월 신촌캠과 원주캠의 홈페이지를 통합했지만 ‘연세는 하나’가 될 거라는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캠퍼스 사이의 분열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원주캠을 ‘원세대’ 등으로 부르는 등 자유게시판은 원주캠과 신촌캠의 감정적인 대립글이 난무했다. 실제로, ‘원주캠이 신촌캠 후광 때문에 실제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등의 글들이 반복적으로 올라왔고 이로 인해 자유게시판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원주캠 학생들은 ‘제가 무슨 죄인 같습니다. 정신적인 핍박이 장난 아니네요(웹사랑/자유게시판)’처럼 비방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받았다.

게시판 실명화 이후, 원주캠에 대한 비방글이나 욕설이 섞인 글이 줄어들고 있지만 한편에선 실명공개화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학생이고 게시물 역시 상당수가 학생들의 관심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대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은 학교사회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여론 수렴의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게시판을 실명화할 경우 신상저보가 노출된 개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양대처럼 IP 주소만을 공개하는 등의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명공개화부터 추진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여겨진다. 현재 학교 홈페이지에는 ‘연세 온라인 도우미’라는 질문답변 게시판이 있긴 하지만 이 게시판은 학사제도에 대한 질문이나 학교에 대한 불만글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유게시판의 여론 수렴 기능을 대체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고려대학교와 경희대학교,  당신의 생각은?

경희대학교 자유게시판 역시 우리 학교와 같이 익명게시판이었지만 욕설과 캠퍼스간 비방이 가득한 게시물 문제로 4년 전부터 실명, 소속학과, IP 주소, 작성 날짜를 공개해왔다. 아직도 그런 악성 게시물이 올라오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경희대학교 정보지원처 이효석 직원은 “요즘 학생들이 이름 공개된다고 할 말 안하나요?”라고 되물었지만 게시물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게시판이 주거정보, 광고 등의 정보성 글이 주로 올라오는 게시판이 됐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직원은 “한쪽 성격에 치우친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정보제공기능도 필요하고 관리자 입장에서 간섭하기 힘들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고려대 자유게시판은 우리대학교 예전 게시판처럼 익명게시판이고 안암, 서창캠 통합게시판이다. 하지만 양 캠퍼스간 서열을 매기는 글은 적은 편이다. 또한 이에 달린 덧글들로 발전적인 토론이 이뤄졌고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분열을 중재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려대 자유게시판은 학교 관련 이슈에 대한 토론성 글과 각종 정보성 글 등 학내 사안에 관한 거의 모든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고 오프라인에서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고려대 자게를 관리하는 홍보팀 이광해 팀장은 “심한 욕설이 있는 글이나 훌리건 등이 올리는 비방글이 올라오면 즉시 삭제한다”고 말했다. 이미 게시판에 관리 수칙이 공개돼있고 철저히 그 기준에 따라 관리하기 때문에 탈퇴당한 경우에도 반발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어 이팀장은 “자유게시판은 대학교 홈페이지 중에서 가장 활발하고 유용하게 쓰이는 곳”이라며 고려대 사회에서 자유게시판이 갖는 의미를 말했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대학교 자유게시판의 실명공개화와 건전한 게시판 문화를 위한 고민은 비단 우리대학교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며, 또한 실명공개화는 비단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주캠 비하글이 많았던 것은 이용자들의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명제 전환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는 이지은양(인문·05)의 말처럼 실명공개화에 대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 없이,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실명제의 문제를 떠나서 현재 자유게시판은 연세사회 소통의 장으로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훌륭한 제도를 갖춘 게시판이라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성숙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허승군(철학·03)의 말처럼 자유게시판의 미래는 연세인의 손에 달려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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