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 맨날 컴퓨터 앞에만 붙어있고 언제 나가서 노나 몰라.”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처럼 요즘 대학생들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 그렇지만 모든 대학생들이 다 컴퓨터 게임만 하면서 논다고 생각하면 그거야말로 오산! 대학생들의 놀이문화는 개개인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최근의 풍조와 같이 그 종류가 다양하다. 과거 아버지 세대가 대학생일 때 번성했던 놀이인 당구부터 시작해 현재 각광받고 있는 보드게임카페, 그리고 최근 들어 확산되기 시작한 카지노카페까지. 다양한 대학생 놀이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이 곳에서 즐기는 게임은 도박적 요소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실제와 똑같다. / 조진옥기자gyojujinox@yonsei.ac.kr 카지노카페, ‘All In'의 그 통쾌함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카지노카페. 드라마 ‘올인’에서나 볼 수 있던 짜릿한 승부사의 느낌을 커피, 주스 등의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신촌의 ‘위너카지노카페(아래 위너)’에는 그런 기분을 함께 즐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위너 이동민 사장은 “‘직접 돈을 걸고 하는 카지노가 아니라 음료도 마시고 밥도 먹으면서 가볍게 칩으로 놀 수 있는 곳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카지노카페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베팅한다면 단 10분 만에 칩을 전부 잃고 구석테이블에 앉아서 음료만 마실 수도 있다. 실제 카지노는 아니지만 짜릿한 스릴과 베팅을 즐길 수 있도록 정식 교육을 받은 정식 딜러들과 카지노를 재연해놓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아무생각없이 하는 슬롯머신으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정식 딜러들과의 스릴 넘치는 대결은 카지노카페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주로 대학생들과 유학생들이 주로 찾는다는 위너에는 하루에 약 80명 가량의 손님들이 찾으며 주말엔 약 1백20여명까지도 찾는다고 한다. 카지노카페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던 김형준군(경영 04)은 “카지노라는 것이 멀게 느껴졌었는데 가볍게 식사나 음료를 즐기면서 직접 돈을 걸지 않고 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고 카지노카페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불거지고 있는 카지노카페의 사행성 문제는 그 상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사행성 문제는 칩과 현금의 가치가 1:1로 교환된다는 데 그 문제가 일어난다”며 “그렇지만 일반적인 카지노카페는 술을 팔지 않을뿐더러 현금에 비해 칩의 가치가 1:20으로 엄청나게 낮기 때문에 칩을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등의 사행성 문제는 근본적으로 차단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All In!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라스베가스에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것. 이제 카지노카페에서 즐겨보도록 하자. ▲당구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스포츠다.
당구, 마지막 큐를 뺐을 때의 그 짜릿함


당구. 현재 대학생 놀이문화에 있어서 가장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놀이문화이다. 한 큐, 한 큐 칠 때마다 느끼는 짜릿함과 그 희열은 감히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다. 독수리 빌딩 3층에 위치한 이글당구장은 항상 당구를 치기 위해 몰려든 대학생들로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글당구장 박상숙 사장은 “하루에 약 2백명 정도 손님으로 찾는데 대부분 연세대학교 학생들”이라며 “대학생들의 당구사랑을 톡톡히 보여줬다.

친구들과 놀기 위해 주로 당구장을 찾는다는 이민우군(경영 04)은 “당구장에서 친해진 친구가 지금 제일 친하다”며 “함께 게임을 즐기다 보면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친분을 쌓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이석군(응통 04)은 “선배들과도 당구를 배우면서 쉽게 친해진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의 말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당구장은 선배와 후배의 정을 쌓으면서 즐기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당구장도 이젠 시간의 흐름을 이기진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은 “요즘은 정말 당구가 밀려난 추세”라며 “한 10년전만해도 하루에 5백명은 거뜬히 왔는데 이젠 3백명이 들어오는 날도 드물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말처럼 신촌지역 당구장은 지난 1996년 약 70여개에서 이젠 고작 20여개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984년부터 있었던 이글당구장 역시 지난주를 끝으로 철거되고 다른 종류의 가게가 들어선다고 한다. 이미 옛날부터 밀려들어온 피씨방, 보드게임카페, 플스방 등에 밀려 이젠 과거 대학생 놀이문화 지존의 자리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당구장이 그 자리를 잃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젠가','할리갈리'는 보드게임의 양대산맥이다.

보드게임카페, 누구나 재밌게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즐거움


지난 4~5년 동안 대학가에 가장 넓게 퍼져나간 놀이문화를 꼽으라면 단연 보드게임카페를 꼽는다. 보드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초보자들이 할 수 있는 쉬운 게임부터 시작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앉아서 머리를 싸매며 탈출구를 찾아 해매는 어려운 게임까지 다양한 종류를 갖췄다. 

지난 21일 신촌의 보드게임카페 CUZCO(아래 CUZCO)에는 보드게임을 즐기기 위해 찾은 연인, 친구들, 매니아들 등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매장 안을 메우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CUZCO 이정후 매니저는 “남녀 불문하고 다같이 와서 즐기기 위해 보드게임카페를 찾는 것 같다”며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현재 CUZCO에는 하루에 평균 약 90여명 정도의 손님들이 이용하며 주말에는 약 1백20~1백50명가량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손님들의 성향에 대해 이 매니저는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이 가볍게 즐기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찾으면서 다양한 게임을 섭렵하는 매니아 층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게임으로는 무엇보다도 ‘젠갗가 있다. 나무 토막들로 탑을 쌓아 한명씩 돌아가면서 나무토막을 빼서 다시 위로 올리는 게임인 젠가는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또한 같은 종류 과일의 숫자가 5가 될 때 종을 울리는 사람이 승리하는 ‘할리갈리’ 역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보드게임카페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던 문호식군(경제 04)은 “보드게임은 무엇보다도 재밌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군의 말처럼 모두가 웃으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보드게임카페가 여전히 성황리에 각광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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