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웃음, 앞으로도 이들의 사랑이 계속되길.../ 위정호 기자 maksannom@yonsei.ac.kr

 

 

 

 

 

 

 

 

 

 

 

먼 옛날 베로나에 서로 원수의 가문에 속해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눈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었다면, 오늘날 치열한 연고전이 펼쳐지고 있는 잠실에는 연고커플이 있다. 의도하지 않게 적이 돼버린 우리대학교, 고려대학교 커플을 연고전 첫째 날 푸른 함성과 붉은 열정이 뒤섞인 경기장에서 만나봤다.


첩보영화의 한 장면처럼 13게이트와 32게이트 사이 중간지점인 22게이트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두 남녀. 슬그머니 각자의 반, 학회에서 빠져나와 잠시 야구장의 한켠에서 접선을 시도하고 있었다. 우리대학교 최하얀양(사회계열 ·05)과 고려대 서동원군(법학·05)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 돼 어려울 때 힘을 주면서 좋은 감정을 키웠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다. “연세대는 왜 자꾸 120주년이라는 거야? 보성 전문학교가 연희 전문학교보다 먼저 세워졌잖아”하고 장난스레 서군이 불만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오늘 아침 같이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왔다. 왠지 평소보다 더 많이 티격태격했다”며 최양은 말했다. “문자로 약속을 잡는데 연고전이라고 보내면 꼭 고연전으로 바꿔서 보내서 괜히 신경전을 벌였다”며 그녀는 남자친구를 애교스럽게 째려보기도 했다.

우리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접경 지역에 있다가 우리대학교 응원석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서군의 모습은 마치 파티가 열리는 줄리엣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로미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적의 소굴로 들어온 기분이다”고 서군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그러다가 이내 우리대학교의 새로운 응원 ‘슈퍼스타’를 힘차게 보여주는 아카라카 단원들의 모습을 보더니 사뭇 흥이 오른 표정이었다. “아카라카가 갑자기 좋아진다”며 여학생들을 쳐다보는 남자친구의 두 눈을 최양은 재빨리 가렸다. 하지만 곧 응원가를 함께 따라 부르는 모습은 정답게 보였다.
들려오는 응원 소리에 귓속말을 주고 받으며 연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은 다시 떨어져 앉아야 하는데도 “게임이라 어쩔 수 없지만 다른 학교면 아예 이렇게 볼 기회도 없다. 특별한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라 들뜬다”며 흐뭇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2쿼터 후 농구코트의 가열된 열기를 식히기 위한 잠시 쉬는 시간. 게이트 입구 벤치에 파란 티셔츠와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는 또 다른 연고커플, 우리대학교 양원진군(인문계열·05)과 고려대 이소민양(국제어문학부·05)이 앉아 있었다. 재수 시절 학원에서 만나 사귄지 1년이 갓 지난 커플이다.

“친구들에게 남자친구가 연대생이라고 하면 술은 얼마나 마시냐고 묻는다”며 이양은 말을 꺼냈다. “친구들이 내게 여자친구가 고대 다닌다고 하면 거기는 남자만 다니는 학교 아니냐고 그런다. 괜찮은 여학우들 많은 거 같던데”라고 양군은 여자친구를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학교 얘기로 다퉈 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그들은 서로 “오늘따라 파란 옷이 잘 어울리는 남자친구가 멋져 보인다”, “여성스러운 빨간색 머리띠가 잘 어울리는 여자친구도 예뻐 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새 응원가는 대중가요를 그대로 쓰니까 학생들만의 응원가라는 느낌이 없어서 아쉽다. 그렇지만 여전히 응원은 즐겁다”는 이양의 말에 양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쉬는 시간을 마치고 헤어질 때 장난스레 이양이 “고대 파이팅!”라고 외치자 지지않고 “연대 파이팅!”이라 외치는 양군의 모습에서 귀여움이 물씬 느껴졌다.

서로 다른 두 학교가 이런 행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고전을 연결고리로 삼는 연고커플에게서 연고전 조차도 그들을 갈라 놓을 수 없는 끈끈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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