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회사 팔콤은 지난 2002년 ‘쯔바이’라는 신작 게임을 패키지(낱개의 CD상태로 팔리는 게임)로 내놓았다. 하지만 복제의 위험이 큰 한국시장에서의 발매를 꺼렸다. 이에 한국의 게임 유저들은 수천명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통해 유통사에 패키지 게임의 한국어판 발매를 촉구했고, 이에 팔콤사는 ‘쯔바이’의 한국어판 발매를 결정한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 ‘쯔바이’의 판매량은 서명한 사람들의 수에도 이르지 못했고, 반면 와레즈(불법파일공유사이트)에 올려진 ‘쯔바이’의 다운로드는 10만 여회를 넘겼다. 그 이후 팔콤사는 ‘더 이상 팔콤의 패키지 게임을 한국시장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C게임 유저에게는 꽤 잘 알려진 소위 ‘쯔바이 사건’이다.

그리고 2005년. PC패키지 게임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게임 산업개발원의 『2004년 게임백서』를 보면 지난 2001년 2백여 개 가까이 발매되던 국산 PC패키지 게임이 2004년에는 단 26개만 출시됐다. 이런 위기는 인터넷의 보급과 와레즈에서 시작됐다. 와레즈는 2001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이들을 불법복제의 유혹에 빠뜨렸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PC패키지 게임 시장을 잠정적으로 포기한 실정이다. 한 때 ‘어스토니시아스토리’란 패키지게임으로 큰 히트를 쳤던 게임회사 ‘손노리’의 김명원 팀장(27)은 “복제판 투성인 패키지게임보다 서버를 통해 접속하기 때문에 불법복제 위험이 적은 온라인게임으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 PC패키지 게임, 콘솔처럼 부활할 수 있다./일러스트 조영현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사례도 있다. 비디오게임기를 쓰는 콘솔패키지(아래 콘솔)가 대표적이다. 5천장이 넘으면 ‘대박’인 PC패키지게임에 비해 콘솔은 ‘위닝일레븐’,’철권’과 같이 10만장이 넘는 판매도 종종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콘솔이 ‘선전’하는 비결에 대해 한국게임 산업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그래픽, 조이스틱, 게임콘텐츠의 치밀함에서 콘솔은 온라인 게임이 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콘솔의 그래픽은 거의 실제와 흡사한 3D입체며, 조이스틱은 게임에 몰입도를 높였다. 콘솔게임을 즐겨한다는 탁승규군(인문쪾05)은 “위, 아래로 흔드는 조이스틱은 플레이스테이션의 생명”이라고 말한다. 내용의 치밀함도 돋보여 위닝일레븐 시리즈와 같은 경우에는 선수들의 공에 대한 반응속도, 신체균형까지 수치화했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면서 콘솔은 온라인게임의 열풍 속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중고시장의 발달도 콘솔이 살아남을 수 있던 요인중 하나다. 실제로 전자상가 중심으로 많은 콘솔가게들은 중고를 매입해 팔거나 기존 타이틀을 보상형식으로 판매하며, 새로나온 게임의 30%이상이 이런 중고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구조 속에서 소비자들은 복제하기 위해 복사칩을 사기보다는 하나의 정품을 사고 이를 중고시장에서 교환하는 형식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중고시장이 과대 활성화되면 정품 판매에 악영향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콘솔의 생존 방식은 PC패키지 게임과 비교되는 측면이다.

이렇게 콘솔의 예에서 보듯, PC패키지 특유의 장점을 살리고, 탄력적인 시장 시스템의 여건이 갖추어진다면 아직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또한 온라인에 치중한 많은 게임업체들도 조금씩 패키지 게임에 대한 준비를 쌓아갈 때 우리나라는 진정한 게임의 ‘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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