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응원가의 역사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 , ‘가슴 속에 터지는 힘으로 힘으로 ~♪’
 뜨거운 9월의 태양 볕 아래 잠실 주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우리대학교와 고려대의 응원가. 경기가 진행될수록 양교의 응원은 더욱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매년 양교 응원단이 야심 차게 내놓는 신곡. 신곡은 그 해 단장에게는 늘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어렵게 만든 7~8개의 신곡 중에서 그 다음해 응원가로 쓰이는 경우는 3~4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은 양교의 대표적인 응원가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대학교의 가장 대표적인 응원가 「원시림」은 지난 1989년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응원단장 홍장관군(불문·02)은 “처음 「원시림」이 학생들에게 선보였을 때 반응이 아주 안 좋았다”며 “말이 안 되는 가사는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당시 연고전 응원 오티, 응원단에서 가장 밀었던 응원가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호응이 시원치 않자 화가 난 응원단장. 그는 노천극장의 파란 물결 속에서 유독 혼자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학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친다. “거기 빨간 옷 입은 학생! 학생은 고대 첩자입니까? 왜 빨간 옷을 입고 왔어요!”이에 황당했던 빨간 옷의 연세인, “나는 고대생이 아닙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그 자리에서 빨간 옷을 벗어버렸다. 안 그래도 내리는 비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던 학생들은 던져버려진 빨간 옷을 보며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고, 바로 그 때 다시 한번 울려 퍼진 「원시림」에 학생들의 반응이 완전히 바뀌었다. “저 멀리서~” 노천극장을 가득 채운 우렁찬 목소리의 연세인들. 신이 난 마당에 너도나도 「원시림」을 부르고 율동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순간부터 「원시림」은 우리대학교 최고의 응원가가 됐다.
 
   
한편, 고려대의 대표적인 응원가로는 「엘리제를 위하여」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981년 탄생한 이 곡에 대해 고려대 응원단장 박수일군(일문·00)은 “당시 유행하고 있던 가수 김수희의 「정열의 꽃」을 듣고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고려대 응원곡 중 「고래사냥」 등은 당시에는 금지곡으로 연고전을 TV로 생중계하던 시절 이런 응원곡을 불러 학생들의 저항 심리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고려대에서 선보인 「옹헤야」는 원래 전통적인 민속가요 버전이었는데 한 단원의 실수로 힙합버전을 다운 받아 지금의 곡이 탄생됐다.
 양교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응원곡.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지금의 양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응원곡을 만드는 원천이었다. 올해 정기 연고전에는 어떤 신곡이 양교 학생들의 사랑을 받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