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강은 어듸메오 치악이 여긔로다’

고등학교 문학시간, 무던히도 접했을 이 추억의 ‘관동별곡’ 한 구절이 노래하는 땅은 바로 지금의 강원도 원주다. 조선시대 대문호 송강 정철이 읊었던 섬강의 푸른 물과 넓은 백사장,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름다운 땅 원주시는 지난 1일로 시제 50주년을 맞는 지천명의 도시가 됐다.
조선 시대 때부터 5백여년간 강원감영이 원주에 자리했던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예로부터 관동지방의 중심지였던 원주는 현대에 들어서도 그 위상을 유지하며 지난 1955년 시로 승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교통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이점은 살리지 못한 채 점점 낙후돼가는 환경 속에서 침체기를 겪어왔다.
하지만 시제 50주년을 맞은 요즘 원주의 모습은 이전과 달리 활기차고 기대에 넘친다. 원주는 우리대학교 의료공학연구소의 의료기기산업을 통해 산학연의 협동을 이뤄 단일 품목으로는 강원도 최고의 수출실적을 이룩하는 등 의료기기산업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다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7월 건설교통부가 주관하는 지식기반형 기업도시 시범사업도 원주시에 유치되면서 시제 50주년을 맞는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이번 시범 사업에서 롯데건설(주)을 비롯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은 특수목적 법인을 구성해 활동하게 되며 원주시는 오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9개년간 1차 사업기간 동안 약 1천6백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최근 들어 일어난 연이은 호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역시 고무적이다. 시내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정영청씨(66)는 “원주에서 25년을 살았지만 이번처럼 좋은 일은 처음”이라며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 다들 장사 안돼도 희망은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말로 원주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시제 5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도 성대하게 거행됐다. 지난 1일 열린 기념식에서는 ‘원주를 빛낸 인물 시상식’과 함께 원주시의 역사와 변천과정, 그리고 현재에 대한 자료를 엮어 타임캡슐을 제작해 봉입하는 행사도 치러졌다. 또한 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 등 경축행사와 전시행사도 마련됐다. 시제 50주년 기념식에서 김기열 원주시장은 “모처럼 형성된 지역 발전 기운 헛되이 보내지 말자”며 지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또한 “기업도시 선정에 이어 혁신도시 선정에 있어서도 후보지로 유력해 기업도시과 혁신도시가 연계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도시발전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시제 50주년 맞아 힘차게 도약하는 원주시. 그러나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의 유치가 원주시의 발전을 보장해주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유치와 관련해 치밀한 사전 준비와 의료기기 산업에 관한 현행법 등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분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발빠르게 진단하고 대처해 나갈 때, 원주시의 미래는 보다 확실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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