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과대 의료봉사동아리 '새실로 하늘짜기'

여름의 끝자락에 살며시 가을 바람이 불어오던 지난 8월 20일, 원주의과대 의료봉사동아리 '새실로 하늘짜기(아래 새실)'의 일상을 그려보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겸손한 얼굴로 동행취재를 망설이는 새실의 학생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그들의 행보에 발을 맞출 수 있었다.

새실은 지난 1992년 '둥지, 타래'라는 이름으로 원주대학 간호학과 학생들과 활동을 시작했다. 의약분업 이전까지는 선배 의사들과 함께 진료와 같은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으나 의약분업 이후 지난 2000년부터는 명륜동 사회복지회관(아래 복지관)의 도움으로 독거노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방문해 혈압 체크부터 청소까지 학생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활동을 위주로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복지관에 도착한 학생들은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기록해 놓은 서류를 정리하고,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는 의료봉사팀과 목욕 및 청소를 담당하는 노력봉사팀으로 나눠져 각자 맡은 곳으로 출발했다.

첫 번재 방문지로 향하는 한 학생의 표정이 할머니가 언짢아하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근심스럽다. 방학 중 있었던 농촌연대활동(아래 농활)으로 지난주에 방문하지 못해 내내 기다리셨을 것이라는 말이다. 예상대로 쉬이 반기지 않으셨다. 하지만 혈압을 재고 식사는 하셨는지, 요즘 거동은 어떤지를 묻자 처음의 냉랭하던 표정이 금방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와 그동아 궁금했던 것을 물으신다. "근데 왜 저번 주는 안 왔어" "저희가 농활을 갔었거든요. 그때 말씀 드렸는데." "듣긴 했는데, 그래도 기다렸어. 이렇게 와 주니까 좋네." 환하게 웃으시며 연신 '예쁘다'를 반복하신다. 할머니는 적적하신 터에 학생들이 와 손주처럼 살갑게 대해주고 말동무도 해주니 기분이 좋다고, 그래서 매주 학생들 오는 시간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앞으로 들러야 할 곳이 많아 서운해 하시는 할머니를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기는 한 학생에게 활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개 오래 병을 앓아오신 분들은 몸이 특별히 더 아파도 가볍게 여기세요. 그래서 어떤 할머니께서는 몸이 아프신데도 참고 혼자 앓고 계시다가 저희가 발견해서 병원으로 모셨던 적이 있어요. 하마터면 위험 할 뻔했죠."

단 몇 시간 동안의 방문으로 기자의 거창해진 기분과는 달리 "저희는 '무엇'을 위해서, 혹은 '무엇'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을 할 뿐입니다."라는 학생의 고백을 끝으로 오늘의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여름 한낮의 피곤을 녹이는 수줍은 가을바람에 오히려 기자 자신이 더 수줍음을 느꼈던 것은 참된 의료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가짐이 전해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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