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독교 대학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우리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건학 이념에 따라 학생들에게 진리와 자유의 정신을 고취시키고자 채플과 기독교의 이해 수업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종교의 자유를 바라는 사람들’의 대표 엄수홍군(기계·04)이 ▲채플 자율화 ▲기독교의 이해 수업 평가방식 변경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기독교 정신 함양 방법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우리대학교와 비슷하게 기독교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해외 대학들은 많이 있지만 기독교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형식은 다양하다.

미국의 기독교 대학과 채플

미국의 기독교 대학들은 학생들의 기독교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종교수업 과정을 대부분 자율에 맡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 청교도가 종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던 역사성에 기인해, 종교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명문으로 알려진 하버드대(1636), 예일대(1701), 프린스턴대(1746) 역시 기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전문적인 기독교 교육을 받은 목사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하버드대는 초기에 그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의무채플·정기기도회·주일교회 출석·신학훈련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관용주의 운동으로 인해 대학들이 점차 채플을 의무적인 이행보다는 자율에 맡기게 됐다”는 최재건 교수(신과대·교회사)의 말처럼 미국 기독교 대학들은 이 운동의 영향으로 그 성격에 큰 변화를 맞았다. 미국 기독교 세력의 변화를 가져온 관용주의 운동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신앙과 더불어 과학적 합리성을 기독교의 중심 기반으로 자리하게 했다. 이로 인해 과거 신학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졌던 기독교 대학은 다양한 학문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종합대학으로 변화됐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기존의 기독교 대학은 채플과 같이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요구됐던 종교 수업의 틀이 많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는 1886년 의무채플을 중단했고, 존스홉킨스대는 1876년 개교식에서 예배 형식을 생략하고 유명한 진화론자인 토마스 헉슬리의 연설을 대신했다. 현재 하버드대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업 시작 20분전인 아침 8시 30분부터 성가대의 찬송과 기도 말씀으로 이뤄지는 채플에 매일 약 60여명 정도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일본의 기독교대학

일본은 기독교가 전파된 시기와 기독교 대학의 설립 배경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비교해 볼 만 하다. 일본 교토에 위치한 도시샤대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대학으로, 윤동주 시인이 우리대학교와 기독교적 학풍이 비슷해 유학을 택했던 곳이기도 하다.

도시샤대는 1875년 기독교 복음 전파를 목적으로 전도사이자 교육자였던 일본인 니지마조에 의해 세워졌다. 도시샤대는 설립 이래 학생들에게 채플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해 왔지만 지난 196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안보투쟁운동’을 계기로 채플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게 됐다. 

안보투쟁운동에 대해 조재국 교수(연신원·종교학)는 “지난 1960년대 일본 내에서 일어난 정치 운동으로, 당시 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사회주의 운동가였기에 반 기독교적 성향이 강했다”며 “이 운동은 일본의 대학 및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 됐고, 채플 역시 이러한 사회적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자율화됐다”고 설명했다.도시샤대 이용한군(정칟04)은 자율채플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채플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집중도가 높아 채플의 분위기가 좋은 편이고, 비기독교인이라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한 도시샤대는 종교부의 주관으로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학생 기도회를 매일 아침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수화·성서 강의를 진행하고 사회봉사를 실시함으로써 기독교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도시샤대의 인문과학연구소에서는 니지마조의 설립정신 및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선교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매년 세계의 석학들을 초청해 설립자 나지마조에 대한 강좌를 실시하기도 한다. 교목실에서 학내의 모든 기독교 행사를 관리하고 있는 우리대학교와 달리 도시샤대는 각 학부(신학부·문학부·법학부·경제학부·상학부·공학부 등 총 6개 학부)마다 교목을 따로 둬  학생들이 좀 더 세심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독교 대학은 사회 변화에 따라 학교의 건학 이념을 유지하기 위한 형식을 변화시켜왔다.  지난 2004년 의무적인 채플 이수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던 고등학생 강의석군이나 ‘종교의 자유를 바라는 사람들’의 엄군 등 일련의 움직임들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커다란 사회적 운동의 형태는 아니지만, 학교의 건학 이념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제고해 볼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민지, 김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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