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어두운 선로 위에 빛을 비추다
  • 민경남 기자
  • 승인 2005.09.12 00:00
  • 호수 1523
  • 댓글 0

조용한 승강장의 도착신호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지하철이 들어오길 기다린다. 그리고 눈 깜짝할 순간, 어떤 사람이 선로에 뛰어들고 사람들은 소리를 지른다. 황급히 기관사는 급제동걸이를 당기지만, 달려오는 속도를 이기지 못한 지하철은 사람을 치고 지나간다. 예측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지하철 자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최근들어 지하철에서 투신 자살 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약 40여건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다가, 2004년 85건으로 그 수가 급증했다. 지하철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고 충동적으로 뛰어드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여기서 지하철 자살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점이 나타난다. 바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지하철 자살을 효과적으로 막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스크린도어의 설치와 많은 이들의 노력이 병행될 때 자살 방지는 더욱 빛을 발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지하철 자살 사건 발생수가 늘어남에 따라, 서울특별시 지하철공사(아래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측에서는 승강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놓는 안전 펜스를 447개에서 1665개로 늘린 바 있다. 또한 지하철 앞에 메모리폼 소재로 만들어진 직사각형 모양의 충격흡수용 무개차 등 다양한 방책들을 연구, 실험하여 효율적인 예방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 이란 특성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하철공사 강선희 보도과장은 “안전 펜스는 자살을 의도한 사람들의 투신을 막기에는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으며, 충격흡수용 무개차 역시 투신하는 사람과 지하철 앞의 무개차 사이에 조금이라도 시차가 있을 시 사고를 막기는 힘들다”며 자살예방시스템 개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철 자살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스크린도어다. 스크린도어는 지하철 자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우리나라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도입됐다. 스크린도어의 안정성에 대해 강과장은 “선로를 완전히 차단하여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의 의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크린도어는 현재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 한 곳에 시범적으로 설치돼 있다.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김영훈 대원은 “안전사고 예방 외에도 공기질 개선, 에너지 절약, 소음 방지 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는 시설이다”라며 스크린도어 설치의 효율성을 설명했다. 지하철공사는 오는 2006년까지 26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추가적으로 설치하며, 계속 확장 설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역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2억~32억에 달한다. 즉, 예산상의 이유로 지하철 자살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스크린도어가 전 역에 설치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역에서는 안전 펜스를 기초로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여러 모로 자살 방지에는 힘든 점이 많다. 지하철역의 선로를 감독하는 공익근무요원 배성진씨(23)는 “현재로서는 최대한 승객들이 질서를 지키면서 요원들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며 “승객들의 작은 도움이 자살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선로, 그 어두운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동앗줄을 내려야 할 때다.

민경남 기자  cynical@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경남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