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교통사고도, 고혈압도 아닌 ‘자살’이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그보다 10년 전인 지난 1993년 전체 사인 중 9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증가수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에서 전체 4위를 지키고 있으며 자살율의 증가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의 자살율 급증은 우리 사회를 이끌 인재의 손실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3년 기준 우리나라 청년층의 사망원인 중 자살은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총 8백12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이는 지난 2002년의 자료와 비교해도 약 2백명이 증가한 숫자로 그 증가폭이 급격하다.
대학생 자살, 무엇이 원인인가.
이렇듯 대학생의 자살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대한자살예방협회 이홍식 회장은 “가장 큰 원인으론 부모, 형제, 이성 등간의 대인관계 문제를 들 수 있다”며 “그 외에 병리적 현상과 학업, 군대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자살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체의 발달에 따른 원인에 대해 전우택 교수(의과대ㆍ정신의학)는 “최근 젊은이들은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쉽게 자살을 접하며 힘들면 금방 포기하고 쉽게 자살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덧붙였다. 즉, 인생의 어떤 커다란 난관에 부딪힌 뒤 그에 따른 우울증이나 정신병이 파생되면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생의 자살은 생계형 자살보단 개인적인 이유와 동기에 의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들은 아직까지 사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학생 신용불량자의 자살과 같은 경우는 더 이상 대학생 자살은 개인적이고 대인관계적인 문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ㆍ경제적 원인으로도 야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야기되는 대학생 자살은 그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다. 특히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자살의 특성상 자살이 일어난 후의 해결책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자살을 행해진 후의 해결책 모색보단 자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 마련이 중요하다.
자살은 개인간의 대인관계적 문제나 개인의 병리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사회적인 불황이나 장기 실업 등 사회적 현상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자살이 한 개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책임 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보고 사회가 그 문제에 대해 책임을 함께 지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월 방영된 MBC 심야스페셜 ‘벼랑 끝에 선 사람들’에선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료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곧 ‘사회에서 받은 상처는 사회 전체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제 우리 개인이 준 상처, 사회가 준 상처가 누적돼 한명의 목숨을 빼앗기 전에 우리 손으로, 사회의 손으로 그 상처를 치유할 차례다.
강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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