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빠졌습니다. 취재를 위해 퀭한 눈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연세대정보공유 커뮤니티를 헤매는 기자들을 보며 '선배, 왜 이런 취재를 시켜서.. 절 구해 주세요'라는 말을 언제 들을지 몰라 지금도 걱정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늦바람에 차돌 날아가듯, '나 사실 잘 몰랐는데 재밌는 거 같아'하고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파란화면에 들어가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우리대학교 커뮤니티의 지존 '연세대정보공유'. 줄여서 연정공이라 불리는 이 커뮤니티는 지난 2002년 3월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에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를 모토로 개설되어, 4년 만에 회원 수 2만여 명을 넘어선 학내 최고의 커뮤니티 입니다.

"흉아들~ 나 이번에 수업 뭐 들으면 좋겠어?" 연정공에서 '흉아'들 에게 물어볼 수 없는 건 없습니다. 수업정보에서 부터 알바, 연예 정보에 이르기 까지.. 그런데 연정공 흉아들이 서로 싸웁니다. 신촌캠,원주캠 패를 나누고 싸웁니다. 아이들을 골려 먹고자 '낚시글'로 유혹도 합니다. 다 큰 흉아들이 놀이터에서 탈선을 하는데 경비아저씨는 무얼 하고 있나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연정공 마스터 김성무씨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조심스레,  그것도 아주 조그맣게. ;;   "제가 글로 쓰면 어떻게 왜곡될지 걱정이 됩니다"  연정공에 대해 살짝 입을 열며  서면 인터뷰조차 거절하는 그에게 더 이상 인터뷰 요청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 그를 두려움에 빠트렸을 까요?  연정공 최고 레벨에 있는 연정공의 '군주'라 칭할만한 마스터가 기사단을 풀어서 관리해야 할 일개 정회원들의 댓글을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익명게시판에서 거침없이 상대를 까는 연정공의 나쁜흉아들이 얼마나 두려운지 이제 알았습니다. 졸업하신 경비아저씨 조차 손을 놓았는데 이젠 누가 책임질 수 있으련지..

이번 연두이야기에서 연정공에 대해 파해쳐 보았습니다. 그런데 파해치면 파해칠수록 '이용자들의 건전한 이용 문화가 절실 하다'는 것 말고는 스텝진을 꾸려 게시판을 관리해야 할 마스터의 잘못을 덮을 수는 없었습니다. 절대군주가 입을 열지 않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 이였지만, 단순히 문제점을 지적 하는 것만으로 조그맣게나마/이나마 뭔가 변화가 생기리라 믿습니다. 정보 공유의 장과 더불어 연세인의 온라인 놀이터역할도 하고 있는 연정공. 그러나 점점 규칙 없는 위험한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이름 주소 잘못 흘리면 끝장입니다. 연정공, 정보는 공유되어야 하지만, 이젠 제대로 공유되어야 할 시점 입니다.

마지막으로 걱정할 것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실명공개제로 전환한 학교게시판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았습니다. 악성 글을 제거하는데 좋겠지만 과연 학교측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건전한 문제제기를 하려는 선의의 익명사용자 마저 참여의 기회를 없애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이제는 지난날이 되어 버렸던 뜨거웠던 여름과 함께 방학이 지나갔습니다. "딱 1주일만 더 "  방학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는 연세인들에게 새로운 청량제가 되고자. 연세춘추가  '연두'를 선보입니다. 기존의 웹진 서비스를 확 뛰어넘어 우리대학교의 건장한 인터넷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연두는 언제든지 독자 여러분들의 화끈한 참여를 기다립니다.  연정공 만큼은 아니지만, 연두에도 많은 학생들의 참여가 이어져  연두폐인이 나올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연세춘추 웹미디어부장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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