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달던 친구 L모군을 목격한 후로..

입학하기 전 할 일 없이 시간 죽이던 시절,  이제 나도 ‘연세인’이란 마음에 프리챌에서 ‘연세대’라고 검색! 그래서 들어온 ‘연세대정보공유(아래 연정공)’는 사실 첫눈엔 별로였다. 난잡한 컨텐츠, 촌스러운 퍼런 사진, 빈약한 검색기능.. 그렇지만 나도 정보를 공유하고픈(?) 순진한 마음에 학번과 이름을 김성무씨에게 제공을 했고 나도 당당하게 연정공의 일원이 되었다.

그렇지만 ‘수업 Q&A’ 이외에는 다른 곳은 들여다볼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고 나의 연정공 체험은 1학년 1학기 수강신청 그 때 뿐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수강신청 시즌이 될 때면 연정공을 아껴줬던 나는 어느 날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평소 나에게 건실한 이미지로 각인 돼 있었던 L모군이 연정공 익게에 리플을 다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다소 과격한.... 그래서 이번 방학 말이다, 난 연정공을 그야말로 아주 열심히 공부했다.

‘수업 Q&A’와 ‘수업 추천하기’는 뭐 이미 예전부터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곳이지만 다른 곳은 거의 생판 처음이었다. 하루에 2~3페이지씩 업데이트 되는 ‘익명게시판(아래 익게)’ 방학 사이에 나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돼 버렸다. 싸이하다 이것 띄우다 저것 띄우다 이젠 뭘 하지 싶을 땐 그냥 익게의 글을 확인하게 됐는데 글쎄, 학내, 연예, 연애, 정치를 다 아우르는 익게의 범위에 반해서? 잘 모르겠다. 그냥 사람들도 별 다른 거창한 이유 없이 익게를 즐기는 것 같았고 나 또한 그랬다. 아니라면 미안.

익게 이후 나의 마우스는 점점 아래쪽의 메뉴들을 클릭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들어갔던 ‘연애체험담’, ‘유학정보’, ‘패션&스타일’ 아 정말 메뉴들 끝도 없구나. ‘연애체험담’의 명성은 익히 친구한테 들었었다. ‘연애게시판인가 거기 꼭 들어가봐 정말 남자들에 대한 불신감이 가득 생겨~’란 친구의 말을 난 ‘연예게시판’으로 들었었고 소위 ‘연이말’같은 이야기가 오고가는 줄 알았더만 웬걸 ‘연애체험담’이더라.

하루에 업데이트 되는 양이 적어서 그런지, 다루는 범위가 좁아서 그런지 나에겐 익게보단 ‘연애체험담’이 중독성이 덜했다. 연정공의 존재이유이자 ‘익명’의 매력이겠지만 연정공 글을 15분만 찬찬히 읽다보면 잘나가는 애들 여기 다 있다. 싸이월드가 아직도 망가지지 않고 이렇게라도 지속되고 있는 원인이 신상을 기초로 한 실명제에 있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연정공은 신기한 곳이었다. (대부분)실명제가 아닌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고 그 와중에도 정보(와 정보라고 불리는 것들)이 오고가는 이곳의 정체는 과연 뭘까하는. 연정공에 들락날락 하게 되면서부터 그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신촌캠-원주캠의 갈등, 계열 서열 문제를 나도 모르게 등굣길에도 생각하게 됐다. 이곳이 거짓이든 진실이든을 떠나서 참 솔직하다. 그렇지만 고대 다니는 친구에게 연정공을 구경시켜줘야 한다면 그런 난감할 때는 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만큼 학교 얘기 통하는 곳이 없지 싶으면서도 ‘수업 Q&A’에서조차 신입생을 놀리는 거짓리플이나 내 착한 친구가 올린 것이 분명한 가증스러운 글들을 보면 글쎄. 하루에도 연정공에 대한 마음이 몇 번 씩 왔다갔다. 방학이 끝나고 내가 연정공 공부하는 것도 이제 끝날 때가 온 듯하다. 이러다가 또 수강신청 때 수업정보를 공유(?)하러 들어오고 잠깐 익게 글 열심히 읽겠지 뭐. 그런거 보면 연정공 없으면 수강신청 어떻게 했을지 상상이 안되네. 그냥 편람 붙잡고 찌질거리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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