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바래 가는 '연세대정보공유'의 익명성

우리대학교의 현대판 야사(野史) 연세대정보공유(아래 연정공). 사사로이 기록되는 역사라는 야사의 뜻처럼 수많은 글이 올라오고 댓글이 달리는 연정공에서는 오늘도 연세의 일상이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인터넷 공간이 개인정보유출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듯이, 안타깝게도 연정공 역시 미숙한 인터넷 문화의 문제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터넷의 고질병, 개인정보 유출과 낚시글

학교 내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이 일반사회에서의 개인정보유출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다. 단일 대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의 정보 유출이 일어날 경우 학교 외부에서 일어날 때보다 전화번호 등 훨씬 더 상세한 신상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피해자에게 훨씬 가혹한 정신적 충격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백민주양(사회계열· 05)은 “연정공에서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인민재판식의 여론몰이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례로 지난 2003년 학점 스와핑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D군 사건의 경우 실명이 연정공에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른바 있다. 연세판 ‘개똥녀’ 사건으로 비화될 소지도 다분한 것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일명 ‘낚시글’이다. 자신이 쓴 글의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선정적인 제목으로 방문자를 유혹하는 낚시글은 특히 연정공 익명게시판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익명성을 제외하고 익명게시판과 타 정보 게시판들의 성격 구분이 모호한 연정공의 특성상, 익명게시판에도 강의정보 등의 유용한 정보가 상당수 올라온다. 그러나 정작 낚시글의 선정성 때문에 이러한 정보들은 사장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이러한 낚시글 중에는 허위정보를 담은 게시물들이 많아 학생들의 착오로 인한 피해마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8월 17일 이번 학기 수강신청에서 학년제한을 넘어선 수강신청이 가능했다는 글이 등록되었다. 정보통신처에 따르면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학교 측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화의 공간으로 전락한 정보공유의 장

한편 현재 연정공은 정보공유의 장으로서 여론형성기능을 상실한 채 오히려 연세사회의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신촌캠-원주캠 논란, 공과대-문과대 논란, 문과대-경영대 논란을 비롯한 학내 단과대 서열 논쟁에서부터 이른바 ‘SKY’로 대표되는 명문대 논쟁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반목을 조장하는 게시물들이 점차 연정공의 게시판들을 도배하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서열주의’가 의식 없는 일부 대학생에 의해 연정공에서 표출된 것으로 직접 글을 게시하는 학생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을 촉발시킬 장을 제공하고 관리에 소홀한 운영진의 책임도 간과할 수는 없다. 몇 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이러한 갈등은 연정공 등의 한정된 공간에서 확대돼 결국 지난 5월 통합된 우리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벌어진 논쟁을 통해 결국 공개적인 논쟁으로까지 비화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의미 없는 논쟁이 우리대학교 학생들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도 상당하다. 연정공 운영진에서 수차례에 걸쳐 회원정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타 대학교 학생들, 이른바 ‘훌리건’들에 의해 갈등이 조장되고 있는 것이다.

와이섹에서 학번이 확인된 사람만을 정회원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타인의 학번을 빌린다든지 도용하는 방법을 이용한다면 악의를 가진 타대 학생들도 얼마든지 연정공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이러한 훌리건들로 인한 갈등은 대학생들의 개인주의화와 맞물려 ‘연세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익명성의 폐해, 그리고 연정공이 나아갈 길

이러한 연정공의 제반 문제들은 일차적으로 커뮤니티가 프리챌 안에 위치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프리챌 커뮤니티의 특성상, 운영진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은 게시판 글 삭제, 회원 탈퇴 및 등급 강등 등의 조치뿐이다. 프리챌 커뮤니티 담당자 이길성 대리는 “몇 만 명이 활동하는 거대 커뮤니티라고 해서 운영자에게 특별한 권한이나 기능은 주어지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각 게시판을 담당하는 스탭을 강화해 관리하는 것이 최선책이다”라고 말했다.

익명게시판 위주로 운영되는 연정공은 운영진의 꾸준한 게시판 관리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연정공을 관리하는 운영진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 알려진 바가 없고, 실질적인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연정공 마스터인 김성무 동문(정보산업공학·96)은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답변하기 곤란합니다”고 인터뷰를 거절했고 “글로 쓰면 답변이 길어져 제 생각이 왜곡될 것 같네요”라며 서면인터뷰조차 사양했다. 커뮤니티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마스터조차도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회피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연정공이 많은 비판에 직면한 지금,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는 운영진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동전의 양면과 같이 장·단점을 갖고 있는 익명게시판, 운영진도 손을 놓아버린 지금 익명성의 그늘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로 인해 연정공은 설립 당시 본래의 빛을 잃어가고 있다. 남겨둬도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계륵(鷄肋)이라고 한다. 연세사회에 적지 않은 폐해를 가져오지만 정보공유라는 유용함을 간과할 수 없기에 버릴 수 없는 연정공, 바로 우리대학교의 계륵이다.

여과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만나는 곳까지 허용된다’는 말처럼 연정공을 이용하는 데에도 역시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운영진 역시 스탭을 확충함과 동시에 보다 확실한 게시판 관리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 연정공은 진정한 “연세대 정보공유의 장”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