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겸 아나운서 김주희 동문 인터뷰 전문

김주희 동문(문리영문/신방·00)을 미스코리아 대회 직후 인터뷰하려고 했으나 아나운서 시험 준비에 올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동문은 미스코리아 진 뿐만 아니라 SBS아나운서가 됐다며 반갑게 인터뷰에 응해줬다. 여름의 끝자락, 신촌의 한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나운서 김주희가 더 좋아요 -2005년은 잊지못할 한 해일 듯 한데 미스코리아 진과 아나운서를 한 해에 이뤄낸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영광스럽죠. 정말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하나님께 감사하고 힘들었던 시간 옆에서 지켜준 가족,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요즘은 내가 이렇게 많이 가질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자주 물어봐요. 간절히 원했던 아나운서가 됐으니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나운서와 미스코리아 진 모두 2005년에 이뤘어요. 둘다 매력적이지만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와 아나운서 김주희 중 어떤 위치가 더 좋은지, 왜 그 위치가 더 좋은지 궁금해요. 둘다 소중하지만 아나운서 김주희가 더 좋아요. 미스코리아는 될 거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나간 것이기 때문에 준비도 안 했어요. 하지만 아나운서 준비는 정말 열심히 해왔거든요. 미스코리아 진 역시 감사하지만 아나운서는 오랫동안 간절히 꿈꿔왔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요. 편견에 대한 불평보다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미스코리아는 선망의 대상이면서도 많은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봐요. 실제로 안티미스코리아 운동이 99년부터 올해까지 열렸고 그 결과 공중파에서 미스코리아 대회가 방송되지 않았어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속에서, 아나운서가 꿈이었다면 미스코리아 타이틀이 부담될 수도 있었을텐데요.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가하기 전엔 무관심했어요. ‘그런 거 왜하지?’ 이럴 정도로요.(웃음) 예전에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다른 미스코리아 후보들과 합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었는데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인내심이 있었고 정말 예뻐지기 위해 노력했고 꿈이 확실한 친구들이었거든요. 오히려 아무 생각없다가 좋은 쪽으로 생각을 갖게 됐어요.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그 사람들은 미스코리아 대회가 성상품화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미스코리아 대회를 없애자는 건 극단적인 결론 같아요. 수영복 심사는 극히 일부분인데 그 쪽에만 집착하고 확대해석해서 대회 자체를 없애려고 하니까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고민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고쳐나갔으면 좋겠어요. 개선하기 위해 비판하는 것이 사회 발전을 위해 좋지 않을까요? 다른 사회 문제들도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미의 기준은 외모의 미로 치중돼있고, 아나운서는 지성미뿐만 아니라 외모 역시 단정하고 예뻐야 된다고 해요. 예전에 나온 기사에서 60kg까지 육박했다가 다이어트를 했다고 들었는데 예전의 김주희라면 능력이 된다 해도 아나운서가 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이런 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병 때문에 살이 쪘다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거죠.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살이 쪘다는건 자기 관리에 소홀하고 게을리 생활한 결과예요. 외모가 예쁜 사람은 그만큼 노력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안 알아주죠. 결과물을 보지 말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그리고 아나운서를 뽑는 방송국에서는 원하는 인재상이 있을 거예요. 자신들이 고용하는 인재를 뽑는데 외모든 뭐든 그 정도는 정해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공기업과 국립대학이 나이제한, 학벌 제한을 깨고 있는데 아나운서는 여전히 제한이 있는 곳이 있어요(2005년 목포 MBC의 경우 78년 이후 출생자,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자격 요건). 이런 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세상을 나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외부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를 괴롭히는지 모르겠어요. 목포 MBC의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맞는 곳에 가 열심히 살면 되지 않나요? 운이 좋았다 = 최고의 노력을 했다 -미스코리아 후보 홈페이지에 있는 인터뷰 vod를 봤어요. 다른 후보들의 것까지 다 봤는데 당시에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던 사람인만큼 발음과 억양이 확실히 좋은데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이 궁금해요. 2003년 1월(4학년 1학기)에 방송 아카데미 방송과를 다녔어요. 원래도 아나운서가 꿈이었지만 직접 제작하고 뛰어다니는 신문방송학 수업을 듣다보니 제 적성이다 싶었고 본격적으로 준비해야겠다 싶었죠. 경기 케이블 TV를 합격해 2003년에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실제적 경험을 쌓았고 더 큰 세상에 머물고 싶어서 경험쌓은걸로 만족하곤 그만뒀어요. 1학기를 더 공부하고 졸업했는데 이때가 정체기였어요. 여학생은 4학년 때 가장 힘들어요. 내가 4년 동안 뭘했다 후회도 되고 앞으로 뭘해야할지 불안하기도 하고요.나 역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아나운서 4차 최종 면접까지 가니까 용기가 생겼어요. 한번은 4차 면접에서 ‘이미지는 좋은데 통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 평가를 받고 나를 돋보이게할만한 무기가 필요한 것 같아 독하게 다이어트를 했어요. 그 외에도 모든 준비 과정에서 이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말하지 못할만큼 열심히 했어요. -구체적으로 발음이나 필기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전 발음이 스스로 들어봐도 못들어줄만큼 무척 안 좋았어요. 오죽하면 외국사람 발음같다는 소리까지 들었겠어요. 방송 아카데미에서도 발음이 안 좋다는 평가를 받곤 했고요. 발음 교정을 위해 기성 아나운서들의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계속 듣고 따라했어요. 또 신문을 소리내 읽으면서 녹음을 하고 다시 들어보고 수정한 다음 재녹음하고. 이렇게 반복하니까 발음이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또 일간지를 3개 구독했는데 그냥 읽은 것이 아니라 논설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스크랩했어요. 처음엔 멋모르고 아무 기준없이 오려댔지만 나중엔 사회의 흐름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여기에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참 많이 읽었는데 읽고 나서 도움이 되는 말들, 표현이 좋은 말들을 수첩에다 적어놓고 반복해서 보고 쓰고 했어요. 이렇게 하면 그 좋은 말들이 내 것이 되거든요. 그리고 아나운서의 방송을 모니터할 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해요. 어떤 아나운서의 이런 점이 좋다라고 생각하면서 배우려고 노력하고요. 방송을 볼 때 난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뒀어요. -우리 학교에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학우들이 많고 특히 여학우들이 선호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기 힘들어요. 이미 꿈을 이룬 연세인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해요(예전에 브레인 서바이버라는 프로그램에 아나운서들이 출연했을 때 자신들은 ‘운’으로 됐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요한 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라는 거예요. 주관적으로 보면 내가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졌을 때도 내가 최고고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고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왜 안됐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거든요. 그런 걸 날카롭게 찾아서 고쳐가는 노력이 필요하죠.(그녀는 그 당시 방송을 본 듯했다)그 때 그 아나운서들이 ‘운’으로 됐다는 말을 한건 최고의 겸손한 표현이에요. ‘운이 좋았어요’라고 자신을 낮추는데 실제는 ‘최고의 노력을 했어요’라는 뜻이에요. 이미 아나운서인 사람들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원래 그런 사람들이 더 겸손해요.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단점은 개성으로, 개성은 장점으로 만들고 더 갈고 닦으세요. 선배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아내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셨으면 좋겠어요.

소속캠퍼스 속인 적 없어요

-꿈이 확실했던만큼 학창시절이 특별했을 것 같아요. 특히 연세대에서 특별히 한 활동이 있는지 궁금해요. 아나운서가 꿈이었다면 혹시 YMBS(연세 매지 방송국)활동을 한 적이 있나요?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요. 방송부 활동은 사람들과, 특히 선배들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기가 힘들잖아요. 대신 FOA라는 사진 동아리에 들었는데 출사도 가고 선배들한테 사진 기술도 많이 배우고 참 재밌었어요.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었고 나만의 각도를 찾아가는 것도 재밌었어요. 그런 활동을 하면서 내가 렌즈를 통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그 때 쌓았던 경험이 지금 김주희의 모습에서 작은 일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선배들과 출사나가고 사진전을 준비하기도 하고... 그 핑계로 많이 놀았어요.(웃음)
(기자가 원주캠 수업과에 문의해본 결과, 2000년 이후에 원주캠 학생 중에 신촌캠 신방과를 이중전공한 사람이 한 학기에 한명 정도였고 그 학생들 모두 재수강도 거의 없이 성적이 우수하고 면접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그녀는많이 놀면서도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 있어요?
신문방송학과 김영석 교수님이요. 아, 오늘도 그 분께 인사드리려고 학교에 온거예요. 수업 내용도 좋아했지만 수업 도중에 교수님의 유머, 재치, 카리스마가 좋았고 인간적으로도 감동받은 적이 많아요. 많이 배웠어요.

-악플이 여느 유명인 못지 않게 많아요. 연세대 학벌 덕분에 미스코리아가 된 것이다, 혹은 원주캠 졸업생이라는 것을 일부러 숨겼다는 악플이 대표적인데 이런 악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신촌캠, 원주캠 따지면서 비난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사회생활하는데 별로 상관없는 문제인데... 신촌캠 학생들 입장에선 신촌캠 프리미엄이 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특별히 딱 정해서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에게 당당했기 때문에 소속 캠퍼스를 속인 적도 없어요. 미스코리아 대회에도 서류 전형이 있고 학력을 기재해야 하는데 어떻게 속일 수 있죠? 그리고 면접에서도 당연히 말씀드렸고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상관없이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앞으로도 그럴거고요.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운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미스코리아는 한국 미의 사절단이라고 하잖아요. 일단 외모가 부각되는 미스코리아 진이 되셨어요. 가지고 싶은 다른 미(美)가 있나요?
전 제가 예뻐서 뽑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과 비교해봤을 때 화려한 외모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 동안 쌓아왔던 무기들이 심사위원께 설득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진부한 말이지만 내면의 미를 지니고 싶어요. 한번 볼 때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대화하고 나서 멋지다고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 앞으로 수화를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요 외모는 뛰어나지 않아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워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에요.

-여태까지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많이 받을 질문이지만 아나운서로서의 포부를 말씀해주세요.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에 앞서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운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10~20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도 기억나는... 그리고 현재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거고요. 이건 일생의 과제인 것 같아요.

-9월 1일로 개강이에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정말 뻔하지만(웃음)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세요.

미스코리아 진이 스스로 외모가 뛰어나지 않다고 말했던 것(사실 미리 보고 갔던 사진보다 아주 많이 예뻤다), 여러 가지 민감한 부분에 대해 거부하지 않고 솔직하게 답하는 인간적인 면을 보면서 그녀가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라는 점 이외에도 왜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계를 생각할 시간에 더 노력하겠다는 김주희 동문, 앞으로도 더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