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마음씨 착한 그녀는 비록 가난했으나 멋지고 유능한 왕자님인 그를 만나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느 오래된 동화에서나 그리고 지금도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말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결코 듣기 어려운 이러한 이야기! 이 속에는 사랑하는 과정에서 간과할 수없는 무언가가 빠져있다. 그 연인은 단 한 번의 다툼 없이 행복하기만 했을까? 오직 사랑만으로 둘 사이의 경제적 문제는 쉽사리 극복됐을까?

 연극 『그 놈, 그 년을 만나다』에서는 아름다운 표지로 잘 꾸며진 사랑의 포장지를 한 꺼풀 벗겨내 평범한 우리네 ‘그 놈’과 ‘그 년’의 사랑을 빠짐없이 드러냈다.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홉’의 단막극 『청혼』과 『곰』을 각색하여 원작의 핵심을 쏙쏙 뽑아내 유쾌하게 풀어낸 이 연극은 마음을 설레게하는 발랄한 키보드 멜로디와 함께 막이 오른다.

 「청혼」에서 소심한 청년 소시만은 이장님의 딸 공손희에게 청혼을 한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적당한 결혼 상대를 찾길 원했던 그의 청혼을 이장님은 흔쾌히 허락한다. 그러나 소시만은 정작 공손희와의 대면에서 땅 소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서로의 개 자랑을 하며 싸우는 등 두 번의 우여곡절을 겪는다. 두 인물은 얌전한 태도로 본색을 감추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어린아이들처럼 다투는 모습에서 진솔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서로의 집안에 대한 험담과 경제적 문제를 거리낌없이 내뱉던 그들은 이장님의 중재를 통해 이성을 되찾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뒤 결국 결혼을 한다.

 두번째 이야기 「곰」에서 스미르노프는 자신에게 빚진 죽은 남편에 대한 정절을 지키고 있는 과부 포포바를 찾아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채권자와 채무자로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계속해서 말다툼을 벌이고 급기야 권총 결투까지 결심한 이 둘은 오히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다. 포포바는 군인 출신인 스미르노프의 용감성 뒤에 숨겨진 낭만적인 섬세함에, 스미르노프는 포포바가 지닌 정열적인 모습에 매료되어 사랑에 대한 불신을 순식간에 잊고 다시금 사랑에 빠져든다.

 연극에서 보여지는 사랑은 더 이상 꿈처럼 마냥 아름답지 않다. 연극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경제적인 문제와 사랑이 지닌 한계에 대해서 거침없이 묘사한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하려해도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되는 마술같은 사랑의 힘도 엿볼 수 있다. 사랑의 모든 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하며 관객 나름이 갖고 있는 사랑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하는 연극 『그 놈, 그년을 만나다』. 오는 10월 3일 까지. (문의:☎ 74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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