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문제있다

매학기 수강신청 기간에는 중앙도서관과 각 단과대 컴퓨터실 앞에 학생들이 아침부터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한 학기 학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수강신청은 학생들 사이에서 ‘전쟁’으로 불릴 만큼 그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1992년 온라인 수강신청제도를 도입한 후, 이 제도는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서버과부하와 수업계획서의 미등재 및 담당교수 미지정, 잔여석이 생기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수강변경의 불편함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버과부하는 수강신청 시 학생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문제다. 김유영군(사회계열·05)은 “수강신청 시스템의 속도가 1학기에 비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보통신부 고광병 부장은 “꾸준한 시스템 튜닝과 서버 증설로 속도가 상당히 향상됐다”며 “그로 인해 이번 수강신청 기간에는 서버가 전혀 다운되지 않았고, 4학년 수강신청 때 일시적으로 운영프로그램이 느려진 것 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버과부하 문제는 계속적인 설비 증설로 인해 점차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학생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수업계획서의 미등재 및 담당교수의 미지정은 학생들의 수강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김동현군(사회계열·05)은 “수업계획서가 등재되지 않은 강의는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어 선택하기가 부담스럽고, 교수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수업지원부 정광수 직원은 “수업계획서 등재여부를 강의평가의 항목으로 지정해 평가하고 있고 수강신청기간 전 수업계획서 미등재자는 우수교수강의나 우수업적강사 선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미등재자에게는 공문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를 보내 등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학기 60%에 그쳤던 수업계획서 등재율이 73.7%로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학생들의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한 담당교수의 미지정은 수강신청기간 이후에도 진행되는 신임교원의 채용 및 교육일정으로 인해 교원이 배정이 되지 않은 경우나, 강의를 맡은 교원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맡은 강의를 ‘펑크’내는 데 원인이 있다. 정직원은 “수강신청 기간까지 교수가 미지정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지양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막기가 힘들다”며 대처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수강신청의 또 다른 문제는 수강변경 시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잔여석이 생길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많이 신청하는 강의는 잔여석이 생기자마자 바로 정원이 차 버리기 때문에 수강변경은 이처럼 순전히 운과 투자하는 시간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현재 원주캠에서는 수강신청기간 전에 원하는 강의를 편람에서 조회해 수강신청 과목을 예비수강신청 목록함에 모아놓은 후, 수강신청일에 이를 열어 모아둔 강의를 바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강정원이 마감됐을 경우 예비번호가 부여되고, 여석이 생기면 번호가 빠른 순서에 따라 자동적으로 수강신청이 되는데 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 학기 수강신청을 2회로 나누는 것은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강의를 개설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현재 고려대에서는 수강신청을 기말시험 2~3주전에 하는 조기수강신청과 개강 2주전에 하는 초과수강신청으로 나눠 시행하고 있다. 이는 조기수강신청을 받은 후, 강의의 수요와 현황을 파악해서 수요가 많은 강의는 교원을 확충해 분반을 하거나 강의실을 옮기는 방식으로 초과수강신청을 받는 것이다. 한 학기 2회 수강신청제도는 예비수강신청제도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실질적인 수강신청을 하기 때문에 수요파악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대학교의 수강신청시스템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업계획서의 경우 담당교수가 그 중요성을 인식해 이를 제 때 올리는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고, 학교 측은 신임교수 채용일정을 앞당겨 담당교수의 미지정 사태를 최소화 해야한다. 또한 시스템의 성능 향상과 함께 한 학기 2회 수강신청제도 등 타대의 모범사례를 살펴 효율적인 제도의 모색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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