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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국민주권 원칙 훼손하는 대연정 구상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연정 추진 의사를 거듭해서 밝히고 있다. 지난 주에는 "한나라당이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해 보겠다"고 까지 했다. 정권을 그대로 넘겨줄 수도 있다는 폭탄발언이다. 이 발언은 노 대통령의 연정관련 발언 가운데서도 가장 강도가 센 것이다. 사방에서 제기되는 반론에 개의치않고, 노 대통령은 이렇게 대연정 추진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지역구도 해소가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과제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3김정치가 종언을 고한 이후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지역구도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이다. 이를 위해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데도 동의할 수 있다. 현행 선거구제를 적절히 개편하기에 따라서는 지역구도를 최소한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제기하고자 했던 문제의식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구도를 해소시키는 방법으로 대연정이 적절한 것이냐에 달려있다. 대통령의 ‘선의’와 ‘진정성’이 모든 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제기하고 있는 대연정론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그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한나라당에게 권력을 넘겨주겠다는 노 대통령의 제안은 국민주권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정권은 오직 선거를 통해 나타나는 국민의 뜻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 대통령 개인의 결단에 따라 누가 누구에게 주고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선의에 입각한 제안이라해도, 헌법이 규정한 선거절차없이 정권을 넘겨준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정체성이 전혀 다른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넘겨주겠다는 발상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둘째, 선거제도 개편은 지역구도 해소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선거구제 개편이 지역구도를 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 지역구도의 해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지역구도의 해소를 위해서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시간을 갖고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대효과가 불명확한 선거제도개편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행위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셋째, 대연정은 정작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야당들은 모두가 대연정론에 반대하며 이제는 노 대통령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아예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대연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명분면에서나 실리면에서나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연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있는 상태이다. 노 대통령이 아무리 확고한 의지를 갖고 대연정론을 거듭 제기한다해도,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어차피 실현이 불가능한 대연정이지만, 정치권과 국민의 외면 속에서도 노 대통령이 이 문제를 거듭 제기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관심과 국민의 관심이 너무도 다른 괴리현상은 결국 대통령과 민심 사이의 머나먼 거리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놓고 책임정치를 고민하고 있다면, 대연정같은 엉뚱한 해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국정을 펴나가는 정도(正道)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유창선 칼럼니스트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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