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일교수(문리대 시각디자인)
일반적으로 대학신문하면 대학 내의 여러 소식과 정보, 구성원들의 의견 등을 소통시키는 중요한 인쇄 매체였다. 그러나 오늘날 신문이 그러하듯이 디지털 기술과 정보 통신의 혁명적 발전에 힘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쇄 매체는 정보 전달 수단으로서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되어 가는 추세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대표적 의사소통 매체들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어 문자 기반이 아닌 영상 중심 매체로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정보 통신 기술과 접목된 컴퓨터는 개인의 창작 기반인 퍼스널 미디어로써 쌍방향 특성을 통해 영역을 엄청나게 확장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중앙 집중식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힘은 점차 위력이 약해 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에는 전문가들이 전문 장비를 가지고 촬영하던 사진이 이제는 전문 제품 못지않은 기능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적 보급으로 아마추어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뛰어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이런 경험과 전문적인 기술을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이를 접하는 사람들끼리 쌍방향으로 실시간 의사소통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니게 되었다. 종전의 대중 매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전혀 새로운 구조인 것이다.

국내 신문들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보 전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 전자신문이다. 전자 매체가 갖는 정보 전달의 신속성, 검색의 효율성, 쌍방향 의사소통 체계 등을 활용하여 인쇄 매체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또한 인쇄되는 신문도 지면의 시각적 구성에 대해 보다 효율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서체 디자인을 도입하고 보다 효과적인 독서를 위한 시각적 질서를 위해 레이아웃을 보다 합리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터넷이 한참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갈 때 ‘이제 신문이나 책 같은 인쇄를 통한 종이 매체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고 모두 전자 매체로 대치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왔었다.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대충 1995년부터이니 약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과연 신문이나 책이 사라졌는가? 아니 앞으로 세월이 더 흘러 과연 인쇄물이 점차 사라져 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인쇄물이 사라지리라는 예측은 빗나갔고, 오히려 컴퓨터의 사용으로 인해 종이 수요나 인쇄물의 양이 종전보다 훨씬 더 증가했다는 것이다.

서양 역사에서 인쇄술이 처음 등장한 1455년 이래 문자를 기록하는 방식은 인간의 손으로 기록하던 방식에서 기계로 인쇄하는 방식으로, 다시 전자적인 매체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구텐베르그의 성경책이 그러했듯이 비록 기계적인 방법으로 생산 방식이 바뀌었더라도 인쇄물의 시각적 구성은 종전의 전통적인 시각 구성 방식을 그대로 계승하였다. 오늘날 웹 사이트 디자인을 보더라도 비록 멀티미디어 요소가 가미되어 훨씬 효과적인 수단으로 진화되긴 했어도 화면 자체의 시각적 구성은 아직도 인쇄물에서 사용되던 미적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신문들은 문자와 이미지로 구성되는 지면의 시각적 구성에 대해 소홀해왔다고 할 수 있다. 대학신문이 인쇄 매체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독자들에게 매체로써의 매력을 갖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여기 시각디자인 측면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우선 신문 판형을 고려해야 한다. 왜 아직도 대학신문은 왜 기존의 일간 신문과 같은 형식을 고집하는가? 과연 주 독자인 20대 초반의 젊은 대학생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판형과 시각적 구조는 어떤 것이 적당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세련된 디자인의 다른 인쇄 매체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올 수 있어야 한다.

인쇄물이 갖는 특성을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 인쇄물의 특성은 종이의 지질, 인쇄 방식, 인쇄 후가공 등 여러 가지에 달려 있으나 그 가운데 첫 번째는 시각적 구성이다. 활자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 활자와 이미지가 모여 구성하는 시각 레이아웃의 아름다움을 구현해야 한다. 물론, 대학신문은 일간 신문과는 달리 예산이나 인적 구성의 한계로 전문적인 시각디자이너를 ‘고용’하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문제는 예민해진 독자(대학 구성원)들의 미적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켜 주느냐 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사회를 향해 사회 각 분야에서 보내오는 잘 디자인 된 인쇄물들이 홍수를 이루는 세상에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태의연한 형식을 고수하는 대학신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신문 지면의 시각적 구성요소도 보다 다양해지고 전문적이어야 한다. 시각적 구성요소인 활자와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등은 전문적인 시각에서 보면 아직도 아마추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요소들을 보다 전문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고 각종 다이어그램, 맵, 테크니컬 드로잉, 심볼, 아이콘, 캐릭터 디자인 등 젊은 독자들의 감각과 미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시각적 표현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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