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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로] 뫼비우스의 띠

새학기의 시작이다. 여름내 녹음이 짙게 깔리었던 교정은 본관의 담쟁이가 붉은 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을 시작으로 가을 빛이 여물어 가는 한 폭의 수채화로 변모하며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청송대와 동주시비, 백양로를 걸을 때 부서지는 낙엽 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분주하게 오고가는 학생들로 활기가 넘칠 캠퍼스는 우리네 마음에 생기를 북돋아 준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새학기의 설렘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마지막 학기를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시작에는 희망이라는 마력이 깃들어있다. 졸업학기를 시작하면서도 내 마음에는 새내기로 교정에 첫 발을 내딛던 그 때의 설레임과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는 아마도 그와 같은 마력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 희망의 종착점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닐터. 출발점에서는 누구나가 자신이 꿈꾸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부푼 기대감과 자신감이 가득하다. 하지만 종착점에 다다르면 시작할 때 갖고 있던 희망은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대신 그 자리엔 후회와 아쉬움이 채워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이를수록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학기의 시작.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시작과 끝이 절묘하게 연결된 모습으로 새학기를 맞는다. 시작이라는 단어가 안겨주는 가슴 벅찬 설레임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나를 엄습해 온다.

시작과 끝의 설레임과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직시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똑바로 걸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작과 끝을 이어나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엉켜져 있는 매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얼마만큼의 눈물과 땀을 흘리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번 학기의 끝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또 다른 시작의 선상에 서게 될 것이다. 시작과 끝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복의 고리에 서 있는 나는 나 자신에게 매 순간마다 시작점에서 세웠던 다짐을 상기시킬 것이다. 그리고는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그와 같이 열심히 걸어 나간다면 마지막 걸음을 멈추는 순간 나는 미소를 머금을 수 있으리라.
새학기의 시작에서 그 종착점에 서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조승리 (사학.법학.01)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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