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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과형 논술, 입시계의 절대 반지?서울대 입시안을 둘러싼 논란을 분석하다
  • 강동철 기자
  • 승인 2005.07.25 00:00
  • 호수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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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대학 서열화 조장인가, 선발 자율성의 확보인가.

지난 6월 27일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2008학년도 서울대 입학전형 기본방향(아래 입시안)’과 관련한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대에서 내놓은 입시안에 따르면 전체 정원의 1/3을 뽑는 정시모집에서 지금과는 달리 수능점수를 지원자격화하며 또 다른 선발기준으로 통합교과형 논술을 시행한다. 이런 서울대의 정책은 본고사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본고사가 아니다?!

▲ 우리대학교 입학관리처의 모습, 혹시 오는 2008년부터 우리대학교도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
/조진옥 gyojujinox@yonsei.ac.kr
입시안에 따르면 통합교과형 논술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기반한 언어, 외국어, 수학, 과학 등의 과목들을 통합한 형태의 문제가 다양한 유형으로 출제되며 독서를 통한 창의적인 사고력과 분석 능력을 측정한다고 밝힌다. 이는 최근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소위 ‘내신 부풀리기’등과 같은 일들 때문에 이번 입시안이 도입된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잠재력이 높은 학생들을 정시모집에서 선발하기 위해 종합적 창의력을 평가하는 논술을 강화했다”며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도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교과형 논술의 구체안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이는 본고사를 금지하는 정부의 3불정책에 위반되지 않는 정도로 서울대에서 자율적인 기준을 설정할 것”이라며 세부적인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또한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도 “대학의 선발 자율권은 헌법 제 31조 제 4항에 보장된 고유의 권리”라며 통합교과형 논술 실시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 교육과정에선 배울 수 없는 것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본래 본고사란 ‘대학별로 실시하는 필답고사’를 뜻한다. 현재 서울대 측에서 발표한 입시안은 교인적자원부(아래 교육부)에서 금지한 대학 자체적인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본고사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에서 “통합교과형 논술과 관련해 사교육의 팽배와 같은 교육적 폐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학교 밖의 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교육부의 기존 정책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만 통합교과형 논술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고등학교 안에서 교육하는 수준 내가 아닌 대학 나름의 본고사적 기준으로 논술을 출제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고등 교육과정은 서울대에서 추진 중인 논술과 독서에 대한 여건이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이철호 부소장은 “현행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상에 독서와 논술은 포함돼있지 않다”며 “독서와 논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 상황에서 현행법 상에는 전적으로 배제돼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정책만 시행하는 것은 또다른 사교육의 팽창과 계층화를 조장할 뿐이다”고 말했다. 즉, 서울대의 입시안은 결국 학생들을 학교 교육과정 외의 다른 것을 배워야 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객관식 시험이 세분화된 기준으로 서열과 등수를 만드는 데 반해 주관식과 논술은 종합적 사고 영역을 통해 자격 기준을 판단한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실례로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논술사례로 자주 드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역시 학생들의 서열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와 논패스만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논술로써 학생들의 합격, 불합격을 판단하는 것과 등수를 판단하는 서울대 측의 입시안은 오히려 비논술적이고 비종합적인 평가란 뜻이다.

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입시안에 영향을 받는 고1, 중3 등의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들 역시 바뀐 입시안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3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학부모 고영미씨(46)는 “이번에 입시안이 개정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벌써부터 논술준비를 위해 학원은 보내고 있지만 중3은 늦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불안하다”고 말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대변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논술학원들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과거 고등학교 중심으로 논술학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학교, 초등학교 중심의 논술학원까지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가르칠 만한 준비를 하고 있는 일선 교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직접 학원을 소개시켜주는 등 기형적인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반 학교교육 뿐만 아니라 논술이라는 사교육에 드는 비용이 더해져 일반 가정의 교육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본고사인지 아닌지 그 진위가 의심스럽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교육, 진정한 목적을 위해야 할 때


지난 20일 김장관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이르면 내년 1학기부터 독서와 논술 수업을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끓고 있는 본고사 논란을 없애기 위해 즉흥적으로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은 본고사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교육부는 본고사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수한 인재를 양질의 교육으로 키워내 국가 경쟁력 상승을 이끄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선발 자율성 역시 점차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목적들을 이루기 위해 사교육비의 증가와 이로 인한 사회의 서열화·계층화가 일어나면 안된다. 나라의 근간인 교육정책에 대한 깊고 거시적인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동철 기자  fusionsk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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