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6자 회담의 물꼬가 터진다는 반가운 뉴스에 연이어 또 하나의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으로 북한 관광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번 합의로 백두산, 개성 등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북한지역의 주요 관광 거점이 개방돼 현대아산의 대북 관광사업은 물론 남북 교류협력에도 중요한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묘향산, 원산 등 북한 전역으로 관광 거점이 확대될 예정이라니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사업 이후 7년만에 북한 관광이 본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관광경비 산정을 비롯한 세부 추진일정과 막대한 투자비 문제를 포함, 직항로 개설을 위한 남북한 간의 합의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특히 기대를 모으는 백두산 관광은 공항 등 인프라가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백두산 관광을 허용하는 대가로 북한 측이 현대그룹에 거액의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퍼주기’ 논란을 야기시켜 남북화해도 급한 마당에 남남갈등을 초래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따라서 관광을 통한 우회적인 경제지원을 매개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좋지만 그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정치권과 시민들이 역량을 발휘해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반 문제에도 불구하고 관광을 통한 남북화해모드의 조성이라는 성과를 현대라는 한 기업의 민간 활동을 통해 일궈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의미가 있다. 기존의 개성공단 개발사업은 물론 앞으로 민간교류를 더욱 다양하게 확대시키는 좋은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71년 4월 10일 북경 공항, 동경 발 루프트한자 비행기에서 미국 탁구 대표팀 15명이 내려 땅을 밟았다. 이들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대륙을 공식 방문한 최초의 미국인이었으며 북경에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탁구 경기를 마쳤다. 훗날 ‘핑퐁 외교’로 기록되는 이 사건은 우연히 이뤄졌지만 미국과 중국, 양국의 관계를 크게 진전시켰다. 이번 대북관광 확대 또한 단순한 관광에서 그치지 않고 핑퐁 외교와 같이 남북의 화해 무드를 급진전시킬 수 있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