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과 마광수 교수의 연애이야기

나는 대학(학부)에 다닐 때(1969~1972) 세 명의 여인과 연애를 하였다. 그때 겪은 경험담은 내가 낸 소설 ‘광마일기’의 <대학시절 designtimesp=488> 편에 거의 사실 그대로 씌어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여인과의 사랑은 정말 ‘풋사랑’이었다. 겨우 옅은 뽀뽀나 해 본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학년때 만난 세 번째 여인하고부터는 비로소 진한 살갗 접촉을 나누게 됐고 그래서 더욱 이신전심의 도타운 사랑이 가해져 대학원 시절까지 이어졌다.

요즘같이 개방적 풍토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이른바 ‘로맨틱 러브(정신적 사랑)’만을 하라고 한다면 그건 아무래도 버거운 권고가 될 수밖에 없다. 요즘 대학생들 대다수는 “사랑하면 섹스할 수 있다”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애기의 육체관계는 큰 위험성은 가져다 준다. 우선 임신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따라오는 책임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대학생들이 연애를 하며 육체관계를 가질 경우에는 살갗 접촉 위주로 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love is touch”라는 존 레논의 노래 가사처럼 touch는 가장 중요한 사랑 표현 행위다. ‘touch’에는 또 ‘감동시키다’의 뜻도 들어가 있어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사랑은 ‘touch’를 통해서만 그 실천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청춘 남녀들이 처음에는 무덤덤한 상태로 교제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동물적 욕구를 못이겨 육체관계를 시작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런 습성은 그대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육체관계는 부담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우선 살갗 접촉 위주의 사랑을 권하고 싶다. 나는 대학이나 대학원 시절 연애를 할 때 부담스런 관계는 한번도 맺지 않았다. 임신시킬 것이 두려워서였다. 그 결과 설사 두 사람 사이에 이별이 찾아오더라도 별 부담감 없이 홀가분하게 헤어질 수 있었다. 내 친구들 중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상대방을 덜컥 임신시켜버려 고민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육체적 사랑표현 중심의 관계는 결혼 전에만 장려될 것이 아니라 결혼 후까지도 이어져야 하고 장려돼야 하는 ‘사랑의 기술’이다. 어린애들을 보라. 그들은 엄마 젖가슴에 파고들어 만지고 비비며 사랑을 충족시키지 않는가. 나는 어른들의 사랑 행위도 어린 아이들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사랑 표현이 없는 육체만의 행위는 그야말로 싱겁기 짝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미혼모가 많은 나라도 없다. 그리고 버려지는 어린아이들도 많다. 이 역시 ‘사랑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채 오로지 원초적 욕구 하나로만 사랑을 하려드는 단순한 심성 때문이다.

사랑은 입맞춤에서 시작해 육체적 사랑표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보다 더 보람있게 사랑을 ‘연습’해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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