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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문학축제제 2회 서울 국제문학포럼을 다녀오다
  • 최종혁 기자
  • 승인 2005.05.30 00:00
  • 호수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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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여름이 찾아와 나날이 뜨거운 열기가 더해가는 5월.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문학의 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바로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공동 주최로 지난 5월 24일부터 사흘동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아래 문학포럼)’이다.

세계문학의 거장들, 서울에서 만나다

이번 문학포럼은 ‘평화를 위한 글쓰기’를 대주제로 지난 24일 개막식을 가졌다. 그리고 ‘문학적 소통과 세계공동체’, ‘다원적 문화와 문학’, ‘환경과 문학’이라는 소주제 속에서 총 13개의 세션으로 나눠진 주제별로 외국문인들과 한국문인들이 각각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포럼에 참가한 외국문인 및 지식인들 대부분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거나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장 보드리야르와 르 클레지오, 독일의 시인이자 가수인 볼프 비어만,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등 20여명의 외국 문인들을 문학포럼에서 만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문학포럼 조직위원장인 고려대 대학원장 김우창 교수와 김윤식 명예교수(서울대·국문학), 공지영, 황석영 등 한국작가 40여명이 참가해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심도있는 토론을 벌였다.

올해로 두번째 개최되는 문학포럼에 대해 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전성우 대리는 “21세기의 세계화 시대 속에서 인간의 지적 활동 역시 세계화의 흐름을 역류할 수 없다”며 “문학의 기능과 역할이 다른 문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넘어 세계 속으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0년에 이어 5년 만에 개최된 이번 문학포럼은 “21세기에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전쟁과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전대리의 말처럼 세계 문인과 한국 문인들이 모여 21세기 세계 평화의 새로운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였다.

문학과 보편적 인간가치

지난 24일 낮 2시부터 진행된 ‘문학과 보편적 인간가캄에서는 고려대 불문과 김화영 교수의 사회로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 르 클레지오, 한국 문학평론계의 거장 유종호 특임교수(문과대·국문학), 라틴 문학권을 대표하는 칠레 작가 세풀베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발제를, 총신대 김인환 총장과 서울대 불문과 이인성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유교수는 “문학포럼에 참가한 작가들 중 젊었을 때부터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오에 겐자부로가 부럽다”는 농담으로 무거운 토론장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발제를 시작했다. 유교수는 “문학의 보편성이라는 것이 ‘이론’과 ‘탈구축’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보편성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를 예로 들어 문학의 보편성을 설명했다. 그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크레온과 안티고네에 대해 사람들은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그 외에 중립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며 문학이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내는 그 자체로부터 보편적 인간가치를 찾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안티고네 혹은 크레온을 옹호하면서 그것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미적 품성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보편적 인간가치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황석영 작가는 “나는 체질적으로 교실을 싫어하는 광장 체질이다”며 특유의 입심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보편주의란 자유와 시장이라는 이름과 함께 자본주의적 세계 질서 속에서 기득권과 불평등을 유지하려는 측의 슬로건이었다”며 “아시아에서 강요된 근대화는 서구화였으며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게 보편적인 문명화의 길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르 클레지오는 “문학에 있어서 보편성이라는 것이 그 고유의 가치를 갖는 게 아니라 우연에 의한 산물”이라며 “서구 지배의 보편성이란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예술은 보편적 감동을 지니고 있다”며 역설적인 말을 내뱉었다. 즉,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그것이 보편적인 것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속의 한국문학

올해는 이번 문학포럼 개최뿐만 아니라 한국이 독일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도서전(아래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선정된 해이기도 하다. 이에 이번 문학포럼은 가을에 열릴 도서전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유명한 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문학의 위치를 한층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이번 문학포럼에 참가한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문과대·국문학)는 “세계문학 속에서 한국문학이 차지하는 위치는 상당히 미약하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정교수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는 작지만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 문학이 국제적으로는 더 알려져 있다”고 말해 영어나 불어 등 세계적으로 주로 쓰이는 언어를 가지지 않은 우리나라는 주류에서 소외시됐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교수는 “이번 문학포럼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문인들과 교류할 수 있어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학포럼과 도서전이 우리 문학이 세계 속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커다란 초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정교수는 “이번 도서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내에 한국문학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소설 번역이 아니라 한국 문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 나라의 역사적 맥락을 알지 못한 채 작품을 이해하기는 힘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문학계는 그동안 단순히 개개의 작품만을 알리는데 급급했지 가장 중요한 우리 문학사를 알릴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미약한 현실이지만 도서전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나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황석영의 『손님』과 같은 소설은 그나마 많은 유럽 독자들이 선호하고 있기에 이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한 줄기 희망을 가져다 줬다.

‘평화를 위한 글쓰기’라는 주제답게 오에 겐자부로는 전쟁 포기 등을 담은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바꾸려는 일본 정치권과 우익세력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또한 중국 천안문사건을 배경으로 당시의 사회적 현실을 비판한 시를 많이 쓴 베이다오 역시 일본 우익세력들이 아시아 연대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장 보드리야르는 한반도의 분단 장벽이 무너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고, 독일의 저항시인 비어만은 통일의 길이 어렵기는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남북의 통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참가 작가들은 최근 동북아 지역에서 일고 있는 한·중·일간의 갈등, 한반도 분단상황 등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주고 받으면서 이번 문학포럼이 더욱 더 빛을 발하게 했다. 문학포럼이 막을 내린 다음날인 지난 27일, 참가 작가들은 지구상 마지막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를 방문해 세계평화를 위한 ‘서울평화선언’을 채택했다. 21세기는 전쟁과 불안으로 시작했지만 전 세계 지식인들이 부르짖은 평화의 공명은 긴 여운을 남겼다.

최종혁 기자  bokusip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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