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심층/기획
가벼운 울림으로 무거운 시사를 난타하다헤딩라인뉴스 이명선 앵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05.05.30 00:00
  • 호수 1520
  • 댓글 0

"고이즈미 총리님. 우리가 쪼금 미안하거덩~ 허참, 미안혀~. 헤딩라인뉴스는 이런 사과 수십만번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가 이미 충분하다는 마치무라 일본 외무상의 발언을 비꼬며, 고이즈미 총리를 패러디 소재로 사용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는 뉴스진행자의 멘트다. 귀여운 말투와 표정으로 무겁게만 보이는 한·일외교 문제를 가벼운 형식으로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분노보다 웃음과 통쾌함을 주는 멘트를 날리는 뉴스진행자.

그녀는 블로그 사이트 미디어몹 (http://www.mediamob. co.kr)’의 간판 프로그램인 ‘헤딩라인뉴스(아래 헤딩라인)’의 이명선 앵커다. 미디어몹 사무실에서는 10명 남짓한 직원들이 다음날 방영할 헤딩라인 제작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소 남루한 사무실과 달리 그런대로 깔끔한 녹화 스튜디오 안에서 이앵커를 만났다.

헤딩라인을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진 이앵커는 덕분에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고 한다. 커다란 눈망울에 많은 꿈을 가지고 있었을 것 같은 이앵커가 어떻게 헤딩라인의 진행자가 됐는지 들어봤다. “요즘도 그렇지만 제가 대학 다닐 때도 백지연, 황현정 앵커가 여대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이앵커는 학창시절 또래의 많은 여대생들이 그러했듯 아나운서가 되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았다.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여러 방송사에 지원서를 내봤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여기저기 찾다보니까 꼭 방송사에서만 아나운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아나운서 역할을 맡게된 곳이 대기업 사내방송이었다.

그 와중에 케이블 채널에서 리포터 활동도 하고 ‘딴지일보’의 모바일 서비스인 ‘오바라인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앵커는 “미디어몹의 주요 제작자분들과 예전에 딴지일보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됐는데 그 인연으로 헤딩라인 진행까지 맡게 됐다”며 미디어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헤딩라인뉴스는 지난 2004년 2월 27일 첫 방송을 선보였다.

미디어몹을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으나, 때마침 불어 닥친 탄핵폭풍과 총선이라는 영양가 만점의 소재가 네티즌들의 이목을 헤딩라인으로 집중시켰다. 방송을 시작한지 1달도 안돼 공중파 방송인 KBS의 시사프로그램 ‘시사투나잇’의 요청으로 이 프로그램의 고정 꼭지로 자리 잡기도 했다. 때문에 주 3회이던 방송빈도는 주 5회로 늘어났고, 헤딩라인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동시에 이앵커도 네티즌을 넘어서 전 국민과 마주하는 앵커가 됐다. 그러나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헤딩라인에 제동을 건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누드패러디’ 사건이었다. 지난 3월 16일자 방송에서 수도이전에 반대하며 단식하던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과 이를 위로하던 박세일 의원을 고전 서양화에 빗대 패러디한 것이 공중파인 KBS를 통해서도 방송되자, 일부 보수단체와 한나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결국 헤딩라인은 ‘자의반 타의반’ 지난 3월 25일을 끝으로 방송을 잠정적 중단했다. 이앵커는 “미디어몹뿐만 아니라, 시사투나잇 제작진과 한국피디협회, 많은 시민언론단체들도 이른바 누드패러디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거든요. 다만 일부 힘 있는 보수단체들이 여론을 그렇게 몰아갔기 때문에 마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식됐던 것 뿐이죠”라며 당시 사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앵커와 헤딩라인이 추구하는 패러디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앵커는 “시청자들이 어렵고 복잡한 사안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누가 날 때렸을 때 ‘왜 날 때렸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아야!’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으로 먼저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패러디라고 생각해요.”

헤딩라인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앵커의 명쾌한 답변이 이어졌다. “헤딩라인은 분명히 편파적입니다. 패러디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죠. 다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낸 편파성입니다. 헤딩라인이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게 그걸 증명한다고 봐요.”

시사 패러디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에 방영될 경우 공공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앵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패러디가 예술의 한 장르잖아요? 화가 신윤복이 조선후기 양반을 풍자한 것도 그렇고요. 마찬가지 언론에 있어서도 정형화된 보도 외에 다른 방식에 따른 보도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어 이앵커는 패러디를 자신의 어휘로 해석해보였다. “패러디는 사회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에 소속돼 있되 경직된 시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고나 할까.”

유명세를 얻은 지 이제 갓 1년이 넘은 이앵커의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저는 이명선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방송을 하고 싶어요. 시청자들이 이명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저 앵커는 어렵고 무거운 사안도 쉽고 가볍게 다뤄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시청자와 함께 울며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앵커가 되고 싶다는 그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편안한 미소로 시청자들과 호흡할 그녀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상민 기자  open-minded@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상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