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매천 황현

한강물이 울먹이고 북악산마저 찡그리건만

대갓집 벼슬아치들은 예 그대로 노니는구나.

동포들에게 청하노니, 역대의 간신전을 읽어보오.

나라 팔아먹은 놈치고 나라 위해 죽은 자 없었다오.

 聞變三首·3

洌水呑聲白岳嚬。

紅塵依舊簇簪紳。

請看歷代姦臣傳。

賣國元無死國人。

 

매천은 지리산 아래에서 3천권이 넘는 책에 파묻혀 독서에 전념하였지만, 시대를 걱정하는 그의 관심은 언제나 현실에 있었다. 일제의 침략 아래 망해가는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그는 하루 하루 일어난 일들을 춘추필법 정신으로 기록했다. 그러다가 매국노 5적에 의해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시를 지었다. 시종무관장 민영환이 책임을 느껴 2천만 동포에게 고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건만, 매국노들은 떵떵거리며 사는 현실을 가슴 아파했다. 역사는 돌고 도는 법. 을사보호조약 1백년을 맞으면서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데, 많은 지배층 자녀들은 나라를 지키지 않으려고 국적을 포기했다. 1910년에 조선왕조가 일제에 강제로 합병당하자, 황현은 ‘글 아는 사람(識字人)’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절명시(絶命詩)」를 짓고 자결했다. 『매천야록』의 기록도 거기서 끝났다.

─국어국문학과 허경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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