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무역 상품이냐는 물음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미 정부 자료는 무역수지보고서처럼 교육수지적자보고서가 나오고 있으며, 대통령이 나서서 교육은 산업이라고 선언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개방은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된다. 하나는 WTO 양허안 제출과 같은 국제적인 협상을 통해서이고, 다른 경로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이다. 정부는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국내법을 개정하거나 규제 완화를 통한 자발적인 자유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통과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이다. 외국교육기관은 한국내에 설립된 교육기관이면서 초중등교육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적인 기관이다. 따라서 학생선발, 등록금, 교육과정, 시설, 학력, 교원의 자격 기준에 있어 한국 교육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외국교육기관은 일주일에 한국어와 한국사를 한 시간씩만 수업하면 한국의 위력을 인정받으며, 학생선발과 등록금 액수를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다. 사실 정부의 제안처럼 외국인투자자 자녀의 교육기회를 위한 학교라면 내국인 입학비율이나 한국학력 인정 등은 포함될 필요가 없는 사항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런 독소조항을 포함시키려 한다는 사실은 바로 외국교육기관이 국내 부유층과 기득권층을 위한 특별한 학교임을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우수한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해 국내 교육을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본질이 드러났듯이 이는 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교육 상품을 팔기위해 외국자본이 설립하는 영리기관일 뿐이다. 결단코, 영리가 목적이 아니라 한국의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들어 올 선량한 외국 자본은 없다.

외국교육기관이 가져올 영향은 심각하다. 당연히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교육기회의 차별이 발생해 두 개의 교육, 두 개의 국민으로 나뉘어 질 수밖에 없다. 학교체제로 보면 그나마 교육기회의 평등을 유지하던 고교 평준화체제를 흔들어 외국교육기관 ─자립형사립학교―특수목적형학교― 일반학교의 서열체계를 만들 것이다. 서열체계의 부활은 이에 진학하기 위한 사교육 문제를 가져온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이 초중등교육을 개방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로 국회와 국민을 속여 왔다. 그러나 지난 4월초 국회 교육상임위원들이 직접 현지 방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는 외국인학교는 없었다. 시민단체의 질의에 대해서 교육부는 스스로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허위 정보를 제공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외국교육기관을 통한 자발적 자유화는 교육개방의 도화선이다. 정부는 외국교육기관외에도 지역특화발전특구 27개와 기업도시 등에서의 교육개방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나 경기도와 같은 지자체에서는 원어민교사 유치, 영어마을 건설 등을 추진 또는 시행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최근 WTO 2차 양허안을 작성하면서 이번 양허안은 이미 개방이 된 고등교육과 성인교육의 내용만을 문서로 정리하는 수준일 뿐, 추가적 개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을 통해 초중등교육을 자발적으로 개방한다면 다음 3차 양허안에는 초중등교육의 전면 개방이라는 내용을 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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