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 겪는 구조적 현실을 알아보다

장학금, 연구공간, 보육시설 등과 같이 드러나 보이는 문제 외에도 대학원생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가 있다.

대학원생의 학점, 장학금, 논문심사 등에 지도교수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때로는 학문적 사제관계를 넘어서는 군대식의 상명하복 관계로 변해가는 느낌을 갖는 대학원생들도 있다. 박아무개군은 “일부 교수는 일상적인 연구지원 업무 이외의 기타 잡일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과다한 업무로 시간을 많이 뺏기지만 폐쇄적인 대학사회의 구조하에서는 인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밖에도 대학원의 소통구조 부족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04년까지 대학원생은 등록금 책정 과정이나 교수와 학생간의 협의 기구인 교수학생협의회(아래 교학협)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리하다 2005학년도 등록금 협상에 이르러서야 등록금 책정 위원회(아래 등책위) 위원으로 대학원생이 포함됐다. 또한 교학협의 경우, 등책위의 업무가 교학협으로 넘어가게 되면 대학원생 역시 교학협 구성원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대학원생은 학생 대표로 참여하지 못해왔고, 학교측과의 관계에서 학생 주체의 하나로 인정받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학생복지위원회 등 많은 경우가 학부생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많다”는 대학원 총학생회장 강혜종씨(국문·석사2학기)의 말처럼 대학원생이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대학원생들의 문제를 해결할 소통 구조가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학교측이 대학원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강씨는 “대학원생은 생활비와 등록금을 스스로 벌어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논문을 위해 오랜 시간동안 공부할 공간을 필요로 하는 등 대학원만의 특수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학교가 대학원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씨는 “대학원 공간에 컴퓨터가 부족해도 직접 관재부에 요청해 겨우 승인받았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에 총무처 관재부 장선혜 직원은 “학부와 대학원을 구분하지 않고, 총학생회나 단과대의 요청을 받으면 검토 후 지원한다”며 “학부 시설에 대학원생의 사용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학부와 대학원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원 기구인 교학처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이런 문제가 발행하는 것은 대학원 총학생회와 교학처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이화여대의 경우도 지난 2000년 대학원 업무를 총괄하던 교학부가 해체되고 분야에 따라 부서별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5월 6일자 「이화여대 대학원 신문」은 이로 인해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구가 사라져 공간 배정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역시 대학원과 학교측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2도서관 등 추가공간이 생겨도 필요한 공간을 적절히 배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광역학부제, 우수 교수진 확보, 각종 연구소 설립. 이는 모두 우리대학교가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추진하고 있는 제도들이다. 대학원 교육의 질 향상은 연구중심 대학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은 시설에 대한 투자와 대학원생들에 대한 배려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정한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원에 대한 시각 변화와 함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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