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큰 학생행사인 대동제가 올해도 상쾌한 5월의 향기와 함께 신촌 원주 양캠퍼스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거대한 대학캠퍼스 내에서 각자 다른 전공과 진로 준비에 서로 마주볼 여유조차 없어진 대학인들에게 대동제는 젊음의 열정을 발산함과 동시에, 타자화된 공동체와 소통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 보고 즐길수 있는 것들이 넘치는 오늘날에도 대동제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대학생만의 문화공유가 대동제를 통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학축제, 즉 대동(大同)제가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인이 자발적 교류 속에 특성을 만들어 가는 축제가 아니라, 대중문화의 흔해빠진 재현으로 대동제가 자신만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동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명연예인들의 공연을 값싸게 볼 수 있는 아카라카 참여인원이 대동제 전체 인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나머지 행사의 절반은 정문부터 학관 근처까지 길게 늘어선 기업들의 상품 홍보데스크가 차지했다. 물론 순수 학생행사들도 많았지만, 과,반이나 동아리 단위로 이뤄지는 틀에 박힌 장터와 공연들이 대부분이었다. 굳이 대학축제가 아니더라도 보고 즐길수 있는 연예인 공연, 백양로를 명동거리와 혼동하게 만드는 상품 홍보장, 아는 사람들만 오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즐기다 헤어지는 장터와 공연, 이 중 어느 곳에서도 연세구성원 개개인이 주체가 돼 구성하고 참여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축제를 종합했을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행사는 열렸으되, 주체는 없다”가 아닐까.

모두가 ‘거리낌 없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감의 장으로서 대동제를 만들어가는 힘은 구성원 모두가 주체로서 참여해 자신의 상상력을 축제라는 장을 통해 발휘할 때 실현된다. 대동제를 통해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과도한 목적의식이 과거의 상상력을 통제했다면, 오늘날의 상상력은 ‘보고 즐기는’ 대중문화에 길들여진 구성원 자신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주체는 객체를 행사에 끌어들여야 하는 대상으로서만 생각하고, 객체는 여기에 ‘이번 축제도 볼 것 없구나’라며 무감각하게 반응한다. 주체(행사를 기획하는 사람들)과 객체(행사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라는 경계선이 명확히 구분되는 한 교류는 일방향적으로 이뤄질 뿐이다.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활발한 축제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축제는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행하고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음 축제 때는 일상 생활 속에서 갖은 제약 때문에 망설였던 나만의 생각과 제안들을 드넓은 교류의 장을 통해 활발히 표현해 보면 어떨까. 대학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통해 그 무엇보다 자유로운 대동의 축제 한마당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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