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습니다. 공부도 하기 싫구요. 고시에서 떨어진 게 3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공부를 별로 안하고 시험봤고 두 번째부터는 한다고 했는데 두 번 모두 떨어졌습니다. 지금와서는 회의가 듭니다. 정말 고시가 나에게 맞는지, 내가 원하는 것인지, 한다고는 했지만 열심히 한건지. 가족들은 될 때까지 하라며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고 하지만 집안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다들 저 때문에 고생입니다. 가족들 볼 면목도 없구요. 당연히 계속할줄 아는데 그만두겠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어요. 그렇다고 취직준비를 한 것도 아니고 마땅히 잘하는 것도 없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고시중군)

A: 이번에도 시험에 붙지 못해서 낙심이 크시겠네요. 고시는 ‘모’아니면 ‘도’, ‘붙는 것’ 아니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시험에 떨어지면 자신의 노력 여부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지요. 그래서 실망과 좌절도 더 크고 회의감도 드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계속 실패를 하는 것은 인생이라는 수레의 ‘고장’ 신호는 아니지만 ‘점검’ 신호이기는 합니다. 고시중씨 말대로 고시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능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노력을 기울일 의지와 자세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점검의 신호등이 켜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언뜻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것은 내 적성이나 흥미, 능력과 같은 내적인 것도 있지만 명예나 지위, 환경과 같은 외적인 요소가 매력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때론 주위 가족이나 친지의 강력한 바람과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그래서 주변의 인정과 사랑을 잃고 싶지 않은 자신의 욕구가 어울려서 나타나기도 하지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섞여 있어서 어떤 것이 내 목소리인지 자기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특히 감정적인 부담이 마음속에 가득차 있을 때는 더욱 알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선 정서적인 부담을 털어내고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정서적인 부담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쉽게 충고하지 않는 친한 친구를 찾아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정서적 부담이 줄어들면 안개가 걷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기가 쉽습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전문 상담원을 찾으셔도 좋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일단 고시를 계속하기로 결정하셨다면 공부의 효율성을 제고할 방법을 찾으십시오. 공부방법에 문제는 없는지, 정보에 뒤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집중이 안되게 하는 정서적인 문제를 갖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체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고시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몇 가지 주저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대개는 지금껏 들인 시간이 아깝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고시를 준비하는 동안 희생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속상함, 슬픔 마음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면 되돌아가고 싶은 맘도 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공든 탑도 무너집니다’, ‘열번 찍어도 안넘어가는 나무가 있습니다.’ 탑이 무너진 이유를 알아낸다면 이후에는 더 멋진 탑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찍어도 안 넘어가는 이유를 알아내고는 다른 도끼로 연장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포기도 능력입니다.’

대안은 개발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대안이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른 일을 해보지 않고는 그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틀린지 알 수가 없지요. 대안을 개발할 시간을 투자하세요.

마지막으로, 지금이 주변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가족의 뜻과 나의 뜻이 다르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고 타인의 애정과 인정의 유혹에 인생을 맞바꾸지 않을 배짱을 키울 수 있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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