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부름에 나로 대답해 보는 것은 어떨까"

▲푸릇푸릇 파릇파릇 싱그러운 5월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겨우내 한껏 움츠렸던 초록들은 여기저기서 새 살을 내고 햇살에 온존재를 던진다. 이들의 만남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머지 않아 소담스런 열매를 맺을 것이다.

▲만남. 5월은 초록에게나 우리에게나 보다 많은 만남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한다. 모두가 한 데 어울리는 축제가 있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같이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만남을 적극 권장하는, 조금은 쑥스러운 날도 있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만남과 관계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세계는 ‘나―너’, ‘나―그것’이라는 두개의 근원어에 따라 이중적이며 이 근원어가 규정하는 관계를 통해서만 존재는 세워진다고 보았다. 나―너의 관계는 인격의 세계로 ‘너’는 그 자체로 나에게 목적이 된다. 반면, 나―그것의 관계는 지식과 경험의 세계로 ‘그것’은 나에게 있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나―너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인격으로서의 자신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타인을 하나의 인격으로 만나게 된다. 다시 말해 나-너의 관계는 우리가 타자와 맺는 관계 가운데 가장 긴밀하고 인격적인 만남이다.

▲만남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만날 것이다. 소소하게는 수업 과제를 위한 조모임을 통해서, 소개팅이나 미팅에서, 거창하게는 스승과 제자, 그리고 천륜이라고 하는 부모와 자식 등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이 숱한 만남들 가운데 대화의 다리를 통해 자신의 온존재를 기울여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몇이나 될는지는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5월이 우리에게 제안한, 또 선물한 만남의 기회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관계 맺음으로 나아갔는지. 어버이날에 무슨 선물을 드릴까만 열심히 고민하다가 짜증스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는지, 스승의 날인 줄은 알면서도 매주 강의실에서 만나는 교수님이 왠지 나와는 관계가 먼 사람인 것 같아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것은 아닌지.

▲초록이 햇살에 온존재를 던져 관계 맺은 진실한 만남은 초록을 성장시키고 더불어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몸과 마음도 미소짓게 한다. 따사로운 햇살과 귓머리에 살랑이는 바람에 활력을 얻어 5월에는 나의 온존재를 던져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너’를 부르고 ‘너’의 부름에 ‘나’로 대답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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