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로 새로운 삶을 찾은 사람들

‘일탈’, 인생을 바꿔놓을 새로운 자극.

그 옛날 왕위가 보장됐던 석가모니는 그의 나이 29세 때 왕의 길을 버리고 고행의 길을 선택했다. 또한 유명한 화가로 거듭난 고갱 역시 선원과 은행직원이라는 안정된 일상을 버리고 화가의 길을 선택해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만들어 냈다. 석가모니, 고갱은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안정된 일상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일탈을 행했으며, 끝내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위인이 된 것이다.

 ‘진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황

이들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일탈은 때로 정해진 나의 길과는 또다른 새로운 ‘진짜’ 나의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일탈은 지루하고 새로울 것 없는 삶에서 색다른 자극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택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뜻한다. 그렇지만 일탈이 그저 잠깐의 새로운 자극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서 있던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니다’라는 것을 느낄 때, 이 때의 일탈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아직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청년기의 사람들은 일탈을 통해서 ‘진짜 내 길’을 찾은 경우가 많다.

청년기 방황으로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들

굳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주위에서 청년기의 일탈과 방황을 통해서 ‘진짜 내 길’을 찾아 활기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포크 음악의 대부로 자리를 굳힌 한대수씨 역시 대학시절 수많은 방황의 시간 끝에 가수와 사진작가라는 지금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젊은 시절의 내 방황은 그저 갈 길을 찾지 못한 무조건적인 방황이 아니라 내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경험하던 시기였다”며 자신의 청년기를 회상했다. 한씨는 본래 조부모의 뜻에 따라 수의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려고 했으나 그 길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한다. “대학생활, 공부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도 해보고 사진도 찍어보는 등 많은 것을 접해보게 됐다”며 “오랜 방황의 시간 동안 음악이라는 것을 경험했고 끝내 수의학 공부를 접고 음악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하는 한씨. 수많은 일탈과 방황의 시간 끝에 결국 한씨는 우리나라 포크음악의 대부이자 반전, 평화를 외치는 진정한 자유인으로서 거듭난 것이다.

연극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대연씨 역시 본래는 신학도의 길을 걷던 이였다. 하지만 보통의 신학도들이 목회자로서의 정해진 삶을 사는 것과 달리 이씨는 뭔가 다른 자신만의 길을 찾기를 원했고 탐색과 방황의 시간 끝에 ‘연극인 이대연’이 됐다. 이씨는 “비록 내가 모태신앙이기 때문에 신학과에 진학했지만 나에게 주어진 길은 너무나 일률적이고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에게 신학이라는 학문은 내가 원했던 길을 알려주지 못했으며 그런 갈증을 풀어준 것은 연극반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반 활동 등의 방황과 일탈은 삶에 대한 적응과정이자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뤄낼지에 대한 모색이라고 생각한다”며 일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씨 역시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창작문예학 석사까지 받은 수재지만 현재 이와는 전혀 다른 힙합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청년기 갈등과 자기이해’를 강의하는 심리학과 김인경 강사(발달심리학)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가 규정한 성공적인 삶을 선택해서 편안하게 사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를 자아 정체감 유실 상태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강사는 “유실된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기 위해선 방황의 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청년기 일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대수, 이대연, 타블로. 이들에게 청년기의 일탈과 그에 따른 경험은 단순히 젊은 날의 혈기에 의한 치기어린 시도가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한 선택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내가 보지 못한 나’를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였던 것이다.

청년들이여, 일탈·방황을 두려워말라

일탈·방황이라는 것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와 같이 삶의 혼돈과 포기, 부적응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과 적응의 한 형태로 파악하는 것이 올바를지 모른다. 비록 규범적으로 정형화된 사회가 일탈과 방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는 있지만 지금 어디선가는 많은 사람들이 ‘진짜 나’를 찾기 위해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하고, 그곳에서 진정한 자기 정체감을 발견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고 있는 길과 가야 할 길이 어긋나 있음을 느낀다면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위해 지금의 궤도에서 한번쯤 벗어나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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