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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작품 사이, 또 하나의 예술홍지윤 큐레이터
  • 문예란 기자
  • 승인 2005.05.09 00:00
  • 호수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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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직종?! 지난해 언론들은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향후 5년 후의 황금직종으로 선정된 ‘큐레이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문화와 예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에게 ‘큐레이터’란 말은 이제 더이상 생소하지 않다. 전시를 기획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큐레이터’. 관객을 찾는 작품, 작품을 찾는 관객을 사이에서 감동의 다리를 놓아가는 사람, 롯데화랑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홍지윤 큐레이터(30)를 만나보았다.

작품과 관객 나로 인해 접속하다

문화지식인 홍지윤과 미술과의 첫만남은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홍큐레이터는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늘 그림을 접했기에 미술을 하는 것을 천직이라 생각, 미대에 진학했다. 큐레이터로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대학시절 방송국 리포터 등의 일을 해 보면서 방송국 피디가 되고 싶었고, 방송을 기획하는 것보다 미술을 기획하는 큐레이터로의 길에 끌리게 됐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지난 1999년 홍익대학교 동양학과를 졸업하기 전부터 큐레이터로의 일을 시작하게 된 홍큐레이터.

큐레이터는 “또각, 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우아하게 화랑을 돌며 작품을 감상할 것 이라는 기자의 상상 속에는 작은 오해가 숨어 있었다. “막노동이죠, 무거운 짐과 작품을 옮겨야 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설치를 해야 하니 절대 우아하지만은 않죠”란 그녀의 예상밖의 대답은 기자가 가졌던 큐레이터에 대한 환상을 살며시 깨주었다.

미술가로서의 작품활동과 동시에 사회생활을 해내는 야무진 욕심을 가진 그녀에게 ‘큐레이터’는 천직처럼 보였다. 하지만 “큐레이터로써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작가섭외예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섭외하고 100명의 작가전이 있으면 똑같은 컨셉을 백번 말해야 하죠”라는 그녀의 말처럼 일을 하면서 느껴지는 매력과 동시에 힘든점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틀동안 기획하고자 하는 작가의 집앞에서 기다린 적도 있어요. 티비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예요”란 말에 작가와의 소통의 끈을 이어가려는 그녀의 노력이 엿보였다. 힘들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속에서 지치지 않는 홍지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않는 것 만큼 불행한 일도 없죠” 라는 말에서 그녀만의 에너지는 바로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살맛나게 하는 것

홍큐레이터는 자신의 삶에 있어 ‘미술’을 거대한 정화수로 여긴다. 큐레이터로서 작가로서 “미술은 나를 살맛나게 하는 것 같아요. 항상 나를 정화시키죠”라는 말은 큐레이터이자 작가로서의 그녀의 삶에 있어서 미술의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늘도 홍큐레이터는 관객에게 이러한 미술의 힘을 선사하고자 한다.

홍큐레이터는 전시를 찾는 관객들, 그리고 미술작품을 어렵고 고상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대중들에게 “화랑이나 미술관을 자기 공간처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요”라며 편안하게 그림을 읽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한 ‘큐레이터가 접하는 작품에 대한 해설법은 남다를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젓는 홍큐레이터는 “어떠한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마음으로 그림을 읽으면 어느새 높아진 자신의 안목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라며 그림은 쉽고 감동적인 것이라 역설한다. 화랑이 안방같이 편안한 공간 같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말에서, 그림은 더이상 값비싼 예술품이 아니었다.

감동을 기획하는 전시기획자

관객과의 소통에 있어 가장 뿌듯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큐레이터는 “음...”하며 7년간 일해온 기억들을 찬찬히 회상하는 듯 했다. 그녀는 기억 속의 관객을 살며시 떠올리다 긴 회상의 꼬리를 접고 말문을 열었다.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작품을 보러온 가족들이 있었는데 관람 시간이 지나 도착했지만 먼 곳에서 오셨기에 전시실을 오픈 한 적 있다”고 말하면서 “전시 기획자로서 이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전시를 보러오는 관객을 맞이할 때 가장 기쁘다”며 흐뭇한 미소를 띄었다.

늘 새로운 전시를 꿈꾸는 그녀는 “대한민국 시간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내가 기획한 전시를 동시에 오픈하는 것이 소망이다”라며 또 한번 감동적인 기획을 꿈꾼다.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작품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려는 그녀의 소망이 언젠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수많은 빛깔의 색을 뿜고있는 작품들 속에서 자신의 구슬빛 땀으로 무엇보다 아름다운 빛깔을 창조해 내는 홍큐레이터. 그녀 자신이 진정 아름다운 화랑속 작품이었다.

문예란 기자  dor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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