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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학회, 갈 곳 잃은 소통의 장학내외 이유 두고 진지한 담론 오가기 어려
  • 손령 기자
  • 승인 2005.05.09 00:00
  • 호수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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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교는 동아리 연합회와 같은 학회를 관리하는 기구나 학회간 연합 모임이 없어 중앙 동아리 외에는 학내 학생자치학회(아래 학회)의 현황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비공식적인 조사 결과 중앙 동아리의 학술분과는 9개이며, 법학과 18개, 문과대 10여개 등 각 단과대 소속으로 60여개, 각 과반별로 평균 2개 정도의 학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학회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나마 현존하는 학회도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시대적 배경의 변화 ▲열악한 환경 ▲광역학부제 등이 있다.

시대가 변했다

대학가에서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던 당시, 제도교육에 맞서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학회. 당시에는 학회가 학내외 의사소통의 통로 기능을 하며 대학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렇듯 학회는 학생운동 등 대학생의 활발한 사회활동과 병행해 발전했으나, 학생운동이 과거의 영향력을 잃어가면서 학회도 그 지반이 좁아져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 취업난이 가중돼 학생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학점이나 어학공부로 옮겨간 것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대학 전반의 현상이다.

현재 학교의 구분이 없이 운영되는 학회인 ‘작은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숙명여대 의사소통 능력개발 센터 이황직 교수는 “내가 학교 다니던 때에는 2명 중 1명이 학회 활동을 할 정도로 학회가 활발했는데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한다. 학회의 활동 수준 역시 문제다.

그나마 있는 학회도 활동이 둔화된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학회라는 이름만 지닌 채 친목단체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학생들의 취향이 학술보다는 요가나 재즈댄스, 헬스 등의 취미활동 위주로 변화하고있는 경향도 학회를 변화시켰다.

상대 교양학회 한누리 회장 이환웅군(경제·04)은 “학회는 학생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전공학회가 아닌만큼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해 학생들이 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해 학회의 성격 역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간 마련 어렵고, 금전적 지원 없어 열악한 환경 역시 활발한 학회 활동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다.

현재 각 과·반의 자치 공간이나, 날로 늘어가는 조모임 수업에 필요한 세미나 공간의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학회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강의실 대여가 쉽지 않아 세미나를 할 공간조차 구하기 힘들다”는 이군의 말은 공간 부족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재정적인 어려움 역시 학회 활동에 지장을 준다. 교육대 교육학회 ‘돋움’ 회장 김일중군(교육·04)은 “매주 세미나를 할 때마다 책을 살 수 없어 부분을 발췌해 복사해서 쓰고 있으며, 외부 단체와 학술제를 할때도 회원들의 사비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밝혔다.

하지만 선배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JSC’나 기업의 지원을 받는 ‘전기전자공학부명예학회’의 경우 대조적으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어 재정의 뒷받침이 학회 활동 의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광역학부제로 학회 활동 참여 부실

우리대학교는 지난 1996년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고,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의 기회를 주기 위해 광역학부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계열 단위로 입학해 학과에 대한 소속감이 약해지게 됐고, 학과의 특성을 살려 운영되는 전공학회의 경우 그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

학생들의 전공과 관련된 학회 참여가 저조한 것에 대해 김군은 “입학할 당시 속했던 단과대와 실제로 자신이 진학한 단과대가 다를 경우 자신의 전공에 맞는 학회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등 전공학회의 경우 이전과 달라진 제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광역학부제 이후 등장한 비전공 교양학회들의 경우 “교수님들께 도움을 청해도 자신의 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잘 신경써 주시지 않아 힘들었다”는 이군의 말처럼 교수의 지원을 요청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다 지지부진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시대적, 제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는 학회들도 있어 주목된다.

공대의 경우 전공 관련 학회가 비교적 활성화 되고 있다. 이는 공대의 특성상 학회 내용이 학과 공부의 연장선상에 있고, 인턴십 등의 취업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전기공학부명예학회’ 회장 조건희군(전기전자·03)은 “혼자 학과공부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같이 스터디를 하며 학과공부를 할 수 있다”며 “각종 실험을 할 수 있는 기업의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지도 교수님의 관심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 변화하고 있는 학회의 역할을 보여줬다.

교육대의 경우 인문계열에서 자체적으로 학생회를 설립해 학회를 활성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인데, 교육대 전공학회인 ‘돋움’ 역시 매주 세미나를 하고 방학 땐 교육실천활동과 더불어 매년 고대 교육학회와 학술제를 갖는 등 자치적인 노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최근 중앙도서관 CCTV 설치, 총학생회의 플랑카드 철거 사건 등의 학내 사안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인권보장과 도난 방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환경권이라는 학생들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드러난 문제였다.

그러나 학생사회에서 이러한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과 의견 교환이 폭넓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는 학회가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현재 학회는 시대적 변화와 함께 열악한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오늘날의 학회에 시대적 변화에 맞는 유연한 적응과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이 아쉽다.

손령 기자  son4ev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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