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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섹션] 120주년 기념 - 연세문학회의 어제와 오늘연세 글밭의 뒤안길을 걸어보다
  • 최종혁 기자
  • 승인 2005.05.09 00:00
  • 호수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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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대학생활의 로망 대동제 기간이다. 올해 ‘아카라카를 온누리엷에서도 어김없이 서시는 별이 반짝이는 노천극장의 밤하늘 높이 울려 퍼질 것이다. 윤동주. 그는 연희전문 재학중 문학동아리였던 ‘문우회’ 활동을 통해 밤하늘의 별을 헤아렸고, 어두워가는 하늘 앞에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조용히 흘렸다.

대학가 문학 동아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연세문학회는 윤동주가 있었던 바로 그 문우회를 전신으로 한다. 연희전문과 함께 문우회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연세대학교로 이름이 바뀌던 이듬해 ‘연우문학회’가 다시 창단돼 그 해 ‘연세문학회’로 이름을 바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그 뿌리가 깊고 튼실한 열매를 맺듯 긴 역사를 자랑하는 연세문학회는 그동안 걸출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해 왔다.

문과대학이 지금의 본관에 위치했을 때, 연세문학회는 본관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만 방에 위치했다. 연세문학회원이었던 시인 정현종 교수(퇴임·국문학)는 “문학을 좋아하고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그 방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자연스레 연세문학회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회원들끼리 문집 ‘문우’를 만들어 시·산문 등을 발표했다”며 당시 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이 컸음을 알려줬다.

정교수는 연세문학회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학창 시절이었을 때는 회원으로, 교수로 재직 중일 때는 20여년 동안 지도교수로 몸을 담은 곳이 바로 연세문학회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도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있었지만 문학회는 대부분 학생들의 자율로 운영됐다”며 정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겸손을 내보였다. 하지만 그의 제자들이자 연세문학회 회원들 중 공지영, 기형도, 성석제, 나희덕, 원재길 등 현재 한국 문단에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젊은 작가들이 많은 것만 보아도 정교수의 영향력을 쉽게 지나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과거부터 이어져 오는 연세문학회의 활동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시화전과 문집 발행, 그리고 문학의 밤 등의 행사다. 시화전은 매년 축제 기간 동안 윤동주 시비 앞에서 회원들의 창작물을 전시한다. 문집은 매년 2회 발행되며 시화전 기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한편 문학의 밤 행사는 특별한 형식이나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이뤄진다. 작년의 경우에는 “‘캠퍼스와 문학’이라는 주제 아래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간의 소통을 위한 연극을 공연했다”는 현 연세문학회장 안인주군(경제·04)의 말처럼 문학의 밤 행사는 선후배간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안군은 “1980년대 학번의 유명한 젊은 작가들과는 많은 교류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했다.

반면 연세문학회 출신으로 연세문학회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마광수 교수(문과대·국문학)는 “매년 문집에 글을 싣고, 문학의 밤 행사에도 자주 참가하고 있다”고 전한다. “과거 연세문학회 시절 보름날에 맞춰서 간 원산도로의 여름 엠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마교수는 밝게 비치는 달빛 아래서 즉석 백일장도 하고 캠프파이어도 했던 추억을 꺼내 놓았다. “술에 흠뻑 취했지만 박두진 선생이 심사했던 백일장은 최고의 낭만이었다”며 지금과는 사뭇 다른 엠티문화를 보여주었다.

현재 연세문학회원은 20여명. 과거에 비해 그 인원이 현저하게 감소했지만 “단순히 많은 회원 수보다는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안군의 말에서 그들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문학의 선배의 입장에서 “문학은 평생의 싸움이기에 끈질겨야 한다”고 전하는 마교수와, “열심히 살고, 다양한 경험을 해라”는 정교수의 말처럼 문학은 마라톤과 같은 것이다. 단 몇 초에 승부가 결정나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필요로 하고 오래 매달릴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한 것이다.

대동제 기간, 단순히 「서시」를 음악에 맞춰 노래 부르며 응원만 하기 보다는 푸르름이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 위치한 윤동주 시비를 찾아 「서시」를 나즈막히 읊어 본다면 남다른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더불어 9일(월)부터 전시되는 연세문학회의 시화전에 들러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혀 보자.

최종혁 기자  bokusip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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