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기(1922 ~ )

한반도에 구석기 시대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 지금은 누구나 당연시하는 이 사실이 불과 40여년 전만 하더라도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손보기교수(퇴임ㆍ고고학)는 공주군 석장리에서의 구석기 유물 발굴로 구석기 역사를 최초로 증명했다.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재학하며 사학 연구의 꿈을 키워온 손교수는 한반도에 구석기 시대가 존재할 수 없다며 유물 발굴을 강경하게 반대한 정부로부터 어렵게 발굴 허가를 받아내 대학원 사학과와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손교수가 지난 1967년 발표한 유물 발굴 결과는 한반도의 역사를 30만년 앞당기며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냈다. 한편, 손교수는 발굴 유물에 우리말 이름을 붙였다. 그는 타제석기, 마제석기를 뗀석기, 간석기로 바꾸고 찍개, 긁개, 주먹도끼 등 우리말 이름을 붙였다.

세계최초 금속활자의 우수성을 증명해낸 일 또한 손교수의 업적이다. 그는 좥고문진보대전」을 토대로 고활자를 감정해 우리나라 금속활자 발명 연대가 당시까지 알려진 것보다 70여년 앞선 1160년대라고 밝혔다. 더불어 손교수는 금속공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에게 금속활자의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금속활자에 오늘날에도 합금이 어려운 아연이 섞여 있음을 발견했다. 아연합금은 작은 글자획을 뚜렷하게 하며 물이나 먹에도 쉽게 산화되지 않아 보관이 용이하다.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한국 사학을 이끈 손교수는 현재 한국선사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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