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로진씨 기고글 (한국일보 4/16일자 '1000자 춘추'에 대해)

최근 연예인 김상혁씨 뺑소니 사건에 대한 탤런트 명로진씨의 발언은 적절한 측면과 부절적한 측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적절한 측면이라 함은 연예인의 인권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는 점이며, 부적절한 측면이라 함은 사건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과정은 은근슬쩍 가렸다는 점이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어느 한 쪽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은 없다. 단지 무언가에 대한 생각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는 온전한 사실에 입각한 주관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로 다친 사람이 있다면, 합의를 보거나 보험처리를 해서 해결하면 된다”라는 명씨의 의견은 이번 사건의 전반적인 과정을 지켜봤을 때 그렇게 단정내리듯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우선 김상혁씨는 거짓말을 했다. “술은 먹었는데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택시기사가 멱살을 잡아 겁이 나서 얼떨결에 자리를 피했을뿐 뺑소니는 하지 않았다”가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네티즌들의 신고 확인 결과 그것은 거짓으로 판명이 났고 후자의 경우는 뺑소니의 정의를 잘 모른다는 변명을 감안한다해도 무죄로 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뺑소니는 반드시 도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후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떠나는 행위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자리를 피했다’는 것은 당시의 상황을 분명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발언으로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음주운전을 해서 사고를 내는 것과 음주운전을 해서 사고를 내고 도주를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후자는 엄연히 뺑소니다. 음주운전에다 뺑소니까지 겹치게 되는 경우, 피해자와 합의가 있더라도 구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여러가지 사항들을 고려했을 때 “사고로 다친 사람이 있다면, 합의를 보거나 보험처리를 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명씨의 발언이 그리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반면 명씨가 주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연예인 여부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연예인들이 방송이라는 공적인 업무에 종사해 그들을 공인으로서 인정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나는 이 지면을 빌려 ‘연예인이 공인인갗라는 문제성 있는 발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언급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위 하나 하나가 엄연히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앞서 말한 의무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유권과 인권도 갖고 있다. 따라서“모든 사건의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인 것으로 추정한다”는 명씨의 발언은 연예인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다. 이 원칙이 김씨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명씨가 사람들로부터 합당한 동의를 원한 것이라면, 그는 그의 기고문 제목을 「공인과 일반인의 차이」에서 「연예인과 일반인의 차이」로 바꾸었어야 하며, 이번 사건 정황과 제반 사실에 대해 전체적이고도 면밀한 분석을 거친 의견 개진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서 사람들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여기저기서 게재되는 기사들만 접하면서 악의가 담긴 주관성에 철저히 휩쓸려갈 때, 자칫 간과될 뻔한 ‘무죄추정 원칙’이 그 빛을 제대로 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이 글 앞부분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다뤄졌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허병민 대학원생 (철학과, 휴학) 겸 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